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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창세기/민경구 지음/이레서원...창세기, 사건 당시 아닌 집필 시점서 보라

영국신사77 2019. 8. 18. 09:03

창세기, 사건 당시 아닌 집필 시점서 보라

다시 읽는 창세기/민경구 지음/이레서원

입력 : 2019-08-16 00:03

인류의 탄생과 이스라엘 민족의 발원을 밝히는 창세기를 읽다 보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들이 여럿 등장한다. 
하나님은 어떤 기준으로 가인과 아벨의 제사를 판단했을까.(창 4:3~4) 
야곱의 아내 레아와 라헬은 모두 아내인데 
왜 하갈은 아브라함의 첩이라고 표기됐을까.(16:3)

에스라성경대학원대 교수로 신진학자인 저자가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창세기 속 이야기를 
‘포로기 유대 공동체’의 눈으로 조명했다. 

저자는 창세기를 사건 당시가 아니라 
집필 시점인 포로기 유대공동체의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창세기가 애굽이나 바벨론을 막 떠난 유대인에게 
교훈이 되는 방향으로 저술됐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다. 
창세기 13장에서 소돔은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지만 
부유한 도시라는 점에서 애굽에 비유된다.(13:10) 
이는 롯의 가족이 소돔을 탈출하는 행위를 
출애굽으로 연결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흥왕했던 소돔을 그리워하는 롯의 아내가 
곧 애굽을 추억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는 경각심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기 위해 기록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가인과 아벨이 차린 제사상의 차이는 보통 ‘믿음의 유무’로 해석된다. 
‘아벨이 믿음으로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드렸다’는 
히브리서 11장 4절 말씀에 근거해서다. 

하지만 저자는 신약의 해석을 구약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창세기 본문 자체에 더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히브리어 본문을 보면 하나님은 ‘아벨과 그의 제물을 받았다’고 표현한다.(4:4) 
제물만 받은 게 아니라 제물을 바친 사람의 중심을 판단한 것이다. 
하나님이 기름진 제물보다 
선한 삶을 요구했다는 이야기의 결론은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시사점을 준다.

저자는 하갈이 한글 성경에 ‘아브라함의 첩’으로 명기된 데에도 반론을 제시한다. 
고대 이스라엘은 일부일처제 사회가 아니며 
히브리 성서도 하갈을 ‘아내(이샤)’로 표기하고 있지만, 
우리 정서를 고려해 ‘첩’이라고 해석됐다는 것이다. 
이는 하갈의 아들이자 훗날 아랍인의 조상인 이스마엘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리고 사라를 무시한 하갈의 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저자는 이스마엘 역시 
여호와의 약속을 받아 큰 민족을 이뤘으므로 
기독교인이 이스마엘의 후손을 선교적 관점에서 품어야 한다고 권한다. 
히브리 원어가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 신학책이지만 
창세기를 깊이 보길 원하는 이에게 추천할 만하다.

양민경 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93113&code=23111657&sid1=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