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 이미지와 수수께끼 같은 숫자들, 난해한 언어들은 요한계시록을 읽는 독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이 때문에 요한계시록은 어려운 책으로, 전문가만 해석할 수 있는 비밀의 성경으로 치부된다.
경기도 부천 선민교회 목양실에서 지난 26일 만난 김현두(사진) 목사는 이 같은 인식을 “완전히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요한계시록은 주님이 자신의 피로 성취하신 십자가 복음의 사역을 보여주는 책이지 무시무시한 말세 예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 소속된 목회자다. ‘요한계시록 주석’ ‘다니엘 주석’ ‘마태복음 24 주석’을 비롯해 최근엔 ‘구원은 영원한가’ 등을 펴냈다. 10여년 전부터 1년에 두 차례씩 목회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다. 그가 펴낸 주석서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십자가 복음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김 목사는 요한계시록을 지금까지 알려진 주석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했다. 요한계시록은 7년 대환란이나 천년왕국을 예언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재림 때까지를 기록한 책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는 요한계시록이 복음의 승리를 제시하고 그 결말로 하나님이 새 인류에게 오셔서 충만히 거주하시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구원이 완성됐기 때문에 상징적 숫자인 14만4000명의 구약 성도가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구원받았다고 말했다. 아브라함도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을 확실하게 받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특히 예수 그리스도가 죽은 뒤 부활할 때까지의 무덤 속 3일에도 관심을 갖고, 예수의 십자가 처형 당시 죽은 성도들의 부활(마 27:52, 53)과 옥에 있는 영들을 심판한 베드로전서(3:18~4:6) 구절 등을 설명했다. 예수님이 영으로 살아서 악한 영들을 심판하고 동물제사로만 죄를 씻었던 구약 성도들을 완전하게 구원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요한계시록은 예수께서 죽으신 순간부터 펼쳐지는 내용을 요한에게 환상으로 보여준 내용”이라며 “말세 예언이나 다가올 미래, 천년왕국이 핵심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천년왕국에 대해서는 “성경에는 천년왕국이란 말이 없다. ‘천년 동안 그리스도와 더불어 왕 노릇 하리라(계 20:4~6)는 말씀만 있다”며 “이는 신약시대 이후 성도들이 그리스도와 연합해 살아가는 권세 있는 삶을 말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요한계시록이 기쁨과 구원의 책인데도 성도들은 예수님의 재림을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다. 재림을 환영하지 않는 신앙이 돼 버렸다”며 “이는 계시록이 다른 복음서와 다른 새로운 계시, 특별한 책이라는 오해가 초래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계시록은 새 계시가 아니라 성경 전체와 4복음서의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다른 복음은 없다”고 덧붙였다.
부천=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