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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부족을 위한 성경, 선교사 20년 집념으로 빛 보다 / [미션&피플] 두 가지 버전의 성경 펴낸 강명관 선교사

영국신사77 2019. 8. 4. 10:44

[미션&피플] 두 가지 버전의 성경 펴낸 강명관 선교사

아마존 부족을 위한 성경, 선교사 20년 집념으로 빛 보다

입력 : 2019-07-26 00:01

강명관 선교사가 지난달 브라질 아마존의 바나와교회 앞에서 주민들에게 성경을 나눠주고 있다. 명성교회 제공

100여명만을 위한 특별한 성경이 만들어졌다. 독자는 브라질 아마존에 사는 바나와족 사람들이다. 성경 이름도 ‘바나와 이야기 성경’이다. 인디오들의 공동체인 바나와족은 세상에서 숫자가 가장 적은 부족 중 하나다. 이들을 위한 성경은 한국인 선교사의 손끝을 거쳐 탄생했다. 1999년부터 바나와족 사람들과 사는 강명관 선교사다. 브라질 서부 포르투벨류 선교센터에 머무는 강 선교사를 25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김하나 명성교회 목사가 바나와족 마을에서 열린 성경 봉헌식에서 추장과 포옹하며 인사하는 모습. 명성교회 제공

“열이 올라 급히 선교센터로 왔어요. 뎅기열인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감기라고 하네요.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성경 번역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바나와 사람들을 위한 성경을 번역했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죠. 전 보내신 자리에서 순종했을 뿐입니다. 사역의 열매가 없어도 긴 세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지원해 준 후원교회에 감사를 전합니다.”

짧은 소감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에서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지난 20년은 하루하루를 5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와 옷 속을 파고드는 독충과 싸운 시간이었다. 성경 번역도 쉬울 리 없었다.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는 바나와인들에게 성경의 추상적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선 연극과 역할극도 필요했다. 

‘용서’를 설명할 때도 그랬다. 바나와 사람들은 용서라는 개념을 몰랐다. 작은 공동체였고 다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강 선교사는 친구의 발을 세게 밟아보라고 했다. 그런 뒤 발을 밟힌 사실을 잊을 수 있겠는지 물었다. “낯선 상황에 당황하던 바나와 사람들에게 이런 과정이 용서라고 알려줬습니다. 발을 밟힌 아픔과 친구가 했던 일을 잊는 과정을 재현해가며 용서의 개념을 이해시켰어요. 사실 이런 역할극이 필요했던 단어가 적지 않았습니다.”

‘어린 양’을 번역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마존 밀림에는 양이 없어서다. 강 선교사는 바나와 사람들에게 익숙한 돼지로 번역할까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경에서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보기 때문에 의미가 왜곡될 우려가 있어 포기했다.

결국, 양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비행기를 탔다. “수백㎞ 떨어진 도시로 나가 어렵게 살아있는 양을 구했어요. 양과 함께 마을로 돌아왔죠. 밀림을 처음 본 양도 놀랐고 양을 본 사람들도 신기해했습니다. 양을 보여주면서 양이 성경에서 어떤 의미인지도 알려 줬습니다. 시청각 교육을 한 셈이죠.”

문제는 또 있었다. 바나와어엔 양이란 말 자체가 없었다. 해법은 바나와 사람들이 가지고 왔다. “아내 심순주 선교사와 한국어로 ‘양’ 이야기를 오랫동안 한 걸 바나와 사람들이 눈여겨본 거예요. 그러더니 어느 날 자기들도 양을 보고 양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성경에도 양이라고 써 달라고 해서 포르투갈어 표기법을 따라 한국어 발음과 가장 가까운 이아(ia)라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이뿐 아니었다. 문자가 없는 바나와 사람들에게 포르투갈 알파벳 읽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언어교실을 개설해 수시로 수업했다. 바나와어 문법도 체계화했다. 성경은 바나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말을 소리나는 대로 포르투갈 알파벳으로 표기해 완성했다.

바나와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번역한 건 아니다. 하나님의 구원 약속이 담긴 100가지 이야기를 발췌했다. 구원의 확신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성경은 동화책 같다.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성경책에 그림을 많이 넣었어요. 그런데 그림이 모두 흑백입니다. 바나와 사람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그림엔 색칠도 하기 위해 그렇게 했어요. 읽고 색칠하면서 바나와 사람들이 구원의 확신을 마음에 새기길 바랍니다. 복음이 담긴 성경이 생겼으니 이젠 그 복음을 전해야죠.”

그는 이번에 ‘아마존 이야기 성경’도 함께 펴냈다. 포르투갈어로 쓴 이 성경은 아마존강에 사는 100만명 넘는 다른 부족 사람들이 대상이다. 

강 선교사의 사역은 서울 명성교회(김하나 목사)가 후원했다. 교인들은 성경 번역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바나와 마을을 방문했다. 바나와교회 헌당식을 갖고 두 권의 성경 봉헌식을 진행했다.

‘바나와 이야기 성경’의 표지. 명성교회 제공

김하나 목사는 봉헌식에서 “바나와 사람들을 비롯해 100만명에 달하는 아마존의 사람들을 위해 쓰인 성경이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활용되길 바란다”면서 “생명의 양식이 담긴 성경이 더욱 복되고 은혜가 넘치는 아마존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방문단은 강 선교사와 배를 타고 나흘간 이동하면서 아마존강 유역의 여러 부족을 방문해 성경을 나눠주고 복음을 전했다. 강 선교사가 앞으로 할 사역을 미리 둘러본 것이었다. 강 선교사는 성경이 생겨 든든하다고 했다.

“그동안은 성경이 없어 복음을 전하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성경이 생겼으니 든든합니다. 더 활발히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90388&code=2311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