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위대한 지도자 모세
놀라운 장면을 보거나 거인 또는 거장을 만날 때 우리는 “아(Ah)!”라는 감탄사와 함께 말문까지 막히게 되는데, 모세가 바로 그런 거인이었다. 그의 사상과 인격과 업적에 대하여 읽고 묵상할수록 우리는 감탄과 충격과 압박감마저 느끼게 된다.
모세라는 이름 자체가 ‘구원자’를 의미하듯이, 그는 사탄의 상징인 애굽왕 바로 밑에서 수백 년 동안(창 15:13; 출 12:40) 종살이하던 동족 이스라엘을 구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 사람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또 다른 모형이다.
모세라는 한 인간을 통하여 ‘야웨(YHWH)’라는 하나님의 이름이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되었고(출 6:3; 3:15), 그를 통하여 오늘의 기독교 뿌리인 유일신 야웨 종교가 체계화되었다.
인간의 구원과 영생과 성화의 길을 밝히는 ‘모세오경’의 저자로서뿐만 아니라 열 가지 재앙, 홍해의 갈라짐, 만나와 메추라기, 구리뱀 사건 등 수많은 기적을 통하여 모세는 야웨께서 전능하신 참 하나님이심을 증거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노예와 오합지졸에 불과한 200여만(출 12:37)의 이스라엘을 광야 40년의 여정을 통하여 의식 있는 하나님의 성민으로 훈련하고 시내산에서 야웨와 이스라엘 사이의 언약(계약·Covenant)까지 성사시킨, 훌륭한 지도자요 사상가요 교육가였다.
구약성경에서 그토록 신비하고 위대한 인물로 소개되는 모세가 성경 밖의 자료에서는 언급되지 않기에, 일부 급진주의 학자들은 그의 역사성을 부인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애굽 황제들의 이름(투트모세, 아모세, 라모세/람세스 등), 셈족 계통 힉소스족의 애굽 통치(BC 1750∼1550) 당시 요셉의 총리 임명 가능성, 힉소스족 추방(BC 1550) 후의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의 등장(출 1:8)과 셈족 이스라엘의 노예화 가능성, 출애굽 당시 람세스 2세의 국고성 람세스 건축 등등 모세의 역사성을 입증하는 역사적 자료는 많다.
모세의 위대한 사상과 인격과 능력은 과연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역사가 이루어지고, 하나님을 만나면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시내광야의 ‘불타는 떨기나무’(출 3) 앞에서 처음으로 야웨를 대면하기까지 모세는 실패자요 절망자였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미디안 광야에 버려진, 볼품없는 떨기나무와 메마른 지팡이처럼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자신을 먼저 찾아오신 하나님을 뵙고 난 후, 그는 불붙은 떨기나무처럼 고난 속에서도 소멸되지 않는 이스라엘의 미래를 보았으며, 하나님의 능력과 기적의 도구로 바뀌는 지팡이의 영광과 신비를 깨달았다.
불타는 떨기나무 체험을 계기로 그는 항상 하나님의 능력을 전수받는 비결, 곧 하나님 앞에 마른 막대기가 되고 볼품없는 떨기나무가 될 때 누리는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과 영광을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 역사의 중대 고비마다 시도된 40일 금식을 통하여, 특히 어떤 인간도 해본 적이 없는 이 금식기도에 세 번이나 도전함으로써(신 9) 더 이상 낮아질 수 없고 더 이상 가난해질 수 없는 생명포기의 경지에서 고백하는 바, 생명을 건 하나님 사랑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다. 그 어떤 인간도 경험하지 못한 인격의 최고 경지, 즉 지상에서 가장 온유한 자(민 12:3)라는 명예까지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장영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