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6 17: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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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인생’이라 부르는데, 야곱의 일생이 이에 해당한다. 창세기에서 그 어떤 인물보다 가장 많은 지면(창 25∼50)이 배정된 ‘이스라엘의 영웅’ 야곱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위기와 스릴과 영욕이 교차하는, 그야말로 ‘험악한 세월’(창 47:9)을 보냈다.
아브라함과 이삭도 창세기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야곱보다는 적은 지면이 할애되었고, 야곱처럼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낸 요셉조차도 야곱 이야기에 동원된 조역으로 인식된다. 야곱을 대서특필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새로 지어주신 그의 이름 ‘이스라엘’(창 32:28; 35:10)이 이스라엘의 국호와 일치하기 때문이며, 국가적 기원과 뿌리(Etiology)에 대한 후대의 질문에 답하는 차원에서도 그의 일생이 다른 인물들과 차별화되었을 것이다.
야곱의 일생은 오늘의 모든 유대인이 자아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현실과 동일시할 정도로 감동적이고 교훈적이며, 야곱을 소재로 작곡한 찬송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 뭇 성도들의 애창곡인 이유도, 우리 현실과 비슷한 그의 삶이 영혼을 터치(touch)하고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야곱’(사람의 발꿈치를 잡는 자)이란 이름으로 태어나 ‘이스라엘’(하나님과 씨름하는 자)이라는 이름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다(창 48:2,8,10; 49:2; 50:2). 엄마의 태 속에서부터 그는 형(에서)보다 먼저 나오려 씨름하면서 형의 발꿈치를 잡고 태어나기 때문에 그를 야곱이라 부르게 되었고(창 25:26), 사람의 발꿈치를 끈질기게 잡고 늘어지는 그의 경쟁적 삶은 노년(창 47:9)에까지, 즉 애굽에서 총리가 된 아들(요셉) -신약적인 맥락에서 요셉은 예수 그리스도의 또 다른 모형-을 상봉하기까지 계속된다. 이름대로 그는 연로하신 아버지(이삭)도 속였고, 형도 속였고, 외삼촌(라반)도 속임으로써 축복을 쟁취하려 했지만, 결국 그 자신이 아내와 외삼촌과 열 아들들에게 속는 비극을 자초한다. ‘하나님께서 (대신) 싸워주는 자’라는 뜻도 갖고 있는데, 아마도 후대의 유대인들은 이 뜻을 더 선호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새로운 이름 가운데서 인간을 상대로 투쟁하면서 자신의 꾀와 노력으로 축복을 쟁취하려는 ‘율법주의’ 삶에서 하나님을 대상으로 한 삶, 즉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는 ‘은혜주의’ 삶으로의 각성을 확인하고 이 같은 위대한 깨달음에 감사한다.
이 은혜주의는 인간이 하나님을 찾기 전에 하나님이 먼저 인간을 찾아오신다는 진리로서, 야곱은 이 은혜를 벧엘에서(창 28:10∼22) 그리고 얍복강에서(창 32:3∼31) 체험했으며, 임종의 자리에서도 이 은혜의 확신 가운데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였다(창 49). 참 자유와 평안의 길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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