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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저녁식사에서 유대인들은 빵과 포도주에 관한 기도문을 낭독하면서 안식일 만찬을 시작한다. 키두쉬라 불리는 이 의식은 농사를 지어 100배의 수확을 거둔 바 있는 이삭이 야곱에게 장자권을 부여하는 축복기도에서 비롯됐다(창 27:28). 유대인들의 모든 절기 만찬에서 가장이 가족들 앞에서 빵과 포도주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눠 주는 전통은 대부분 유대인들이었던 초대교회의 교인들에게로 확산됐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만일 가인의 아벨 살해사건이 정착민과 유목민의 갈등을 표현한 것이라면 살인자 가인이 농사꾼이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목축업에 좀더 친밀감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족장들과 초기 이스라엘 민족이 유목민적인 배경을 갖고 있었지만 일단 가나안에 정착해 왕국을 형성한 이상 농사는 모든 경제의 근본이었다. 성서의 기본적인 일곱가지 식물은 가나안의 토산물로서 밀과 보리의 두 가지 곡식과 포도 무화과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 등 다섯가지의 과일이 포함된다(신 8:8).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할 때 젖은 양 염소 소 등 가축의 젖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만들어진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을 포함한다. 꿀은 벌꿀뿐만 아니라 당도가 매우 높은 대추 야자 포도 무화과 등을 말린 건과류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카슈루트 유대교에서 카슈루트라 불리는 독특한 음식과 식사에 관한 율법은 다음과 같이 신명기의 세가지 금기사항과 레위기의 유월절에 관한 규정에서 유래됐다. 첫째, 부정한 것을 먹지 말라(신 14:3). 신명기서에는 정결한 식품으로서 산짐승들 중에서는 발굽이 갈라지고 새김질하는, 즉 초식 동물류를 주로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물고기 중에서는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것들을 금기시하고 있다. 조류중에서 금기시되는 것은 독수리를 비롯한 맹금류가 주류를 이룬다. 또한 날기도 하고 기어다니기도 하는 곤충 파충류 그리고 벌레 등도 부정한 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돼지의 경우 발굽은 갈라졌어도 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한 동물로 규정됐다. 돼지는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는 정착민의 가축이어서 오늘날 유대인뿐만 아니라 유목민적인 배경을 지닌 중동의 아랍인들도 금기시하고 있다. 둘째,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에 삶지 말라(신 14:21). 유대인들은 한 식탁에서 고기 식사와 우유 및 치즈 등의 유제품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다. 단 아침 식사에 자주 등장하는 계란을 비롯한 조류의 알 종류와 생선은 유제품과 함께 먹어도 무방하다는 유권해석이 있다. 중세 이후 유대교의 중심지였던 동유럽과 러시아의 전통적인 아침식사에서 소금에 절인 생선을 먹는 관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피를 먹지 말라(신 15:23). 유대인들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짐승을 죽일 때 되도록 고통을 주지 않고 빨리 숨을 끊어버리는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슈케타라 부르며 오늘날 유대인들이 운영하는 모든 도살장에서는 랍비가 이 율법의 적용을 감독한다. 또한 생명을 상징하는 피를 먹지 말라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원심 분리기 등을 이용하여 피를 최대한 뽑아낸다. 넷째, 7일동안 너희는 무교병을 먹으라(레 23:6). 해마다 음력 니산 제 14일 저녁부터 7일간 무교병인 마쪼트를 먹게 돼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누룩이 들어간 다른 제품들인 맥주 비스켓 케익 등도 먹지 못하게 돼 있다. 유월절 전날에 행하는 누룩찾기 행사를 통해 집안 청소한 다음 누룩을 불에 태워 버리고 그릇도 끓는 물에 삶거나 불에 달궈 누룩의 잔재를 완전히 제거해 버린다. 카슈루트의 해제 구약시대의 부정한 동물에 대한 규정은 신약시대에 들어와 이방인 선교와 관련하여 해제되는 암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욥바에 머물던 베드로는 환상 중에 하나님이 내려준 온갖 짐승들을 부정하다하여 먹지 않겠다고 했다(행 10:14). 유대인으로서 카슈루트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먹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이방인에게도 아무런 조건없이 선교하라는 상징으로 이해됐다. 이방인과의 공동식사에 관한 논쟁은 유대인들이 할례받지 않은 이방인과 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인종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즉 카슈루트 율법의 준수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였다. 비록 바울이 이를 극복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로마인들의 제사음식, 즉 돼지고기에 대한 금기만큼은 어길 수가 없었다. 유월절의 쎄데르 유월절 만찬은 히브리어로 ‘쎄데르’라 불리는 의식과 함께 진행된다. 쎄데르에는 모두 15단계의 순서가 있는데 참석자들은 유월절 하가다라 불리는 의식서를 통해 출애굽 사건과 관련된 축복문 성경구절 노래 전설 등을 함께 읽으며 진행한다. 식탁에 반드시 올려 놓아야 하는 음식물은 누룩 없는 빵인 마쪼트와 포도주 닭고기의 다리와 날개 부분 쓴 나물을 상징하는 상추 삶은 계란 그리고 달콤한 소스 등이다. 닭고기는 유월절 어린 양을 상징하고, 달콤한 소스는 이스라엘 민족이 고센 땅에서 흙벽돌 만들 때 벽돌 사이에 발랐던 모르타르를 상징한다. 예수의 최후의 만찬은 유대인들이 행하던 유월절 쎄데르로 볼 수 있다. 우선 제자들은 이 특별 만찬을 예루살렘의 특정한 장소에서 갖기를 원했다(마 26:17). 예수 자신도 ‘내가 고난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했다’(눅 22:15)고 고백한다. 예수는 쎄데르의 순서에 따라 먼저 마쪼트를 떼어 의미를 부여하며 축복한 다음 제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하지만 그리스어 본문에는 무교병(아쥐모스)이 아닌 유교병(아르토스)으로 표기돼 있어서 두고두고 신학적인 논쟁거리가 됐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포도주에 의미를 부여한 다음 나눠 주었다. 오늘날 유월절 쎄데르에는 모두 네차례에 걸쳐 포도주를 마시는 순서가 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배반하려는 가룟 유다를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사람’(마 26:23)으로 암시했다. 유월절 쎄데르에서도 쓴 나물을 옆 사람과 함께 소스에 찍어 먹으면서 조상의 힘들었던 노예생활을 상기시킨다. /김 성 교수 협성대·성서고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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