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수사 정착을 위해 허위진술과 위증을 가려내는 게 법원과 검찰의 최대 난제로 대두 되고 있다. 치밀한 수사기법과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우선 검찰은 피의자의 허위 진술을 선별해야 한다.
대검찰청 혁신기획단에 파견 중인 김영헌 검찰사무관은 4일 ‘거짓말 어떻게 탐지할 것인가’라는 연구논문에서 거짓말 ‘고수’들은 거짓말을 하기 보다는 얼버무리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긴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지난해 서울북부지검에서 검사직무대리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논문을 작성했다.
◇속설 의존은 금물=김 사무관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거짓말을 하면 들통나지 않는 지를 학습하기 때문에 속설만으로는 판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짓말할 때 코를 만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입술을 문지르거나 머리,옷깃을 만지는 등 다양한 행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거짓말을 들키지 않으려고 적당히 눈길을 유지하거나 의도적으로 똑바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거짓말하는 사람은 눈길을 피한다’는 속설 적용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의자들은 거짓말을 하기보다 민감한 대답은 아예 생략하거나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술서가 진위 판별에 유용=김 사무관은 글로 적힌 진술서가 거짓말을 가려내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다투는 당사자들의 2개 진술서를 비교하며 ‘거짓말 하는 사람은 자신이 잘못한 대목에서 애매하게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진실을 말한 진술서 A의 경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욕을 했다. 다음 신호에서 앞지르던 차량이 차를 세우고 우리 차에 손짓해 세우더니 또 욕을 했다”는 등 시비과정이 전체 진술의 30% 정도로 자세히 묘사돼 있다. 거짓 진술서인 B는 “앞서가던 승합차가 길을 막고 방해하여 시비를 붙으려고…” 등으로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며 분량도 15%에 불과했고 사건과 무관한 길안내를 장황하게 했다.
또 B는 자신이 시비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자꾸’라는 용어를 여러 번 사용하는 등 동어반복도 잦았다. 특히 A는 사건 전후 설명이 비교적 균형이 잡혀있지만 B는 지나치게 사건 전 상황에 편중돼 있다.
김 사무관은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수사가 확대되면서 피의자들의 거짓말을 가려내는 게 상당히 어려워졌다”면서 “허위진술을 가려내는 다양한 기법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허윤 기자 yoon@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