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최유정 판사 글 대법원소식지 문예 대상
입력 : 2007.02.15 00:25
- 최유정/수원지법 판사
- 법대에 앉은 판사는 피고인석에 있는 청소년에게 눈을 감아보라고 말했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판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상에는 한 번 보는 것이, 한 번 말하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 많다. 하나님이 네게 자랑할 만한 부모님이나 많은 돈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네가 이렇게 말썽을 부려도 지켜봐 주시는 보호자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건강한 몸을 주셨다. 돈보다 훨씬 더 귀한 것을 네가 가졌다는 것을 잊지 마라. 너는 부자다.” 그런 다음 판사는 어린 피고인에게 옆에 있는 보호자의 못박이고 쭈글쭈글한 손을 만져보라고 했다. 그리고 서로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게 했다.
수원지법 최유정 판사(여·38)가 대법원이 펴내는 소식지 ‘법원사람들’에 쓴 ‘바그다드 카페와 콜링 유’라는 제목의 글 일부분이다. 최 판사는 이 소식지의 2006년 문예대상 대상 수상자로 뽑혔다. 이 글에서 최 판사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재판 경험, 그리고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소개했다. 영화 속에서 보잘것없는 ‘바그다드 카페’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뚱뚱한 독일 여성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작은 관심으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활기 있는 곳으로 변한다. 최 판사는 “단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이 최 판사의 재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최 판사는 임대보증금을 떼인 노인의 긴 하소연을 들으며, ‘사건 처리와 관련없는 이야기인데 그만하라고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러나 고단한 처지를 판사가 알아주고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급해지는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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