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과 영척
-하찮은 사람이라도 무시하면 안된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영척이라는 선비가 제나라 환공을 알현하기를 원했지만 거절 당했다. 그는 환공이 교외에 나온 틈을 타, 소의 뿔을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 곡조가 심히 비통했다. 이 노래를 들은 환공이 의아해서 재상 관중에게 사연을 알아 보라고 일렀다.
그러나 영척은 관중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도도하구나 흰 물결이여 浩浩乎白水"
라는 시 한 구절만 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관중은 영문을 몰라 며칠 동안 조정에도 안나가고 고심하였으나, 그 구절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관중이 고민하고 있을 때, '정'이라는 이름의 부인이 물었다.
"며칠째 조정에도 않나가시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시니 대체 무슨 일이신가요?"
관중은 "하찮은 사람의 말은 무시해도 된다." 는 낡은 생각으로, "그대가 몰라도 되는 일이오." 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정은 관중의 무시를 물리치며, 평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믿고 대담하게 말 하였다.
"영척은 나리께 이미 자기 생각을 전했습니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백수白水>라는 옛 시는 이렇습니다.
"도도한 물에 사는 피라미,
임금이 와서 부르니 어찌 머물 것인가.
나라가 아직 어지러우니 가야만 하겠네."
영척이란 선비는 이 시로 정치에 참여 하고픈 뜻을 밝힌 것입니다."
정의 설명에 크게 깨달은 관중은, 즉시 환공에게 영척을 추천했다. 그 후 영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환공이 패업을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관중은 춘추시대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사상가 였다. 제나라 환공을 잘 보좌하여 패자로 만든 그이지만, '백수'라는 시를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한낱 아낙네로만 봤던 부인이, 그의 눈앞의 안개를 걷어 주었다. 게다가 하찮은 사람이라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이치도 깨우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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