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우언[寓言]-(167)장인이 체득한 도리
제 환공이 정자에 높이 앉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한 장인이 수레바퀴를 만들고 있었다. 장인은 망치와 정을 손에서 놓고 환공에게 다가가 물었다.
“감히 한마디 여쭙겠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것이 어떤 글인지요?” 환공이 대답하기를 “모두 성현들의 말씀이지.”라고 했다. 장인이 다시 물었다. “그 성현들이 아직 살아계십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이미 모두 세상 사람이 아니니라.”
장인이 말했다. “그러면 지금 공께서 읽고 계신 것은 그 분들이 남긴 찌꺼기 말씀이나 다름이 없겠습니다.” 환공은 노기를 띠며 말했다. “나라의 군주가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거늘 어찌 감히 수레바퀴를 만드는 일개 장인이 이러쿵저러쿵 하느냐? 만일 네가 특별한 연유도 없이 그런 것이라면 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로다. 어디 무슨 뜻인지 말해 보거라.”
장인은 침착하게 그리 말한 사유를 설명했다. “비록 소인은 바퀴를 만드는 천한 신분이지만 평생 이 일에 종사하여 체득한 한 가지 도리가 있습니다. 일을 천천히 여유가 넘치게 하면 비록 사람이 힘들지는 않지만 이렇게 만든 바퀴는 그다지 튼튼하지 않습니다. 또한 일을 시간에 쫓겨 서둘러 하다보면 사람이 힘들 뿐 아니라 이렇게 만든 바퀴는 조잡해지기 일쑵니다. 그러나 일을 서둘지도 않고 여유를 부리지도 않으면서 마음이 가는대로 차근하게 손을 놀리다보면 작업이 참으로 순조롭고 만든 바퀴도 견실합니다. 이 도리는 비록 말로 자세히 설명할 길은 없지만 그 가운데 참으로 오묘함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오묘함이란 제 아들에게도 자세히 가르칠 길이 없습니다. 비록 제 아들이 오랜 세월 곁에서 일을 배우고 있지만 이 도리를 아직 깨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누구도 제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 제가 이미 일흔이 넘도록 아직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옛 성현들과 그들이 체득했지만 말로 전할 길이 없는 세상사의 도리는 이미 모두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금 주공께서 읽고 계신 것은 단지 그 성현들이 남긴 찌꺼기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莊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