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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역사의 현장 ‘옥한흠 목사님이 이끄시던 송추 수련회’

영국신사77 2006. 12. 26. 13:44
업데이트 : 2006.12.24 15:27:38

 [역경의 열매] 이상하 내수동교회 원로장로 

 

                       (4) 성령역사의 현장 ‘송추 수련회’


인생은 그리움의 연속이다. 그리운 사람,아름다운 추억이 있기 때문에 지난 시절이 후회스럽지 않다. 늙어버린 왕년의 세계적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최근에 했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늙고 병든 할머니가 됐지만 그녀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로 테일러에게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기억할 만한 추억은 지금의 힘든 삶을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추억이 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테일러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나를 발견한다.

1970년대말 내수동교회 대학부에서 신앙생활을 했던 분들에게는 ‘송추의 추억’이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78년 내수동교회 대학부 여름 수련회가 경기도 송추에서 열렸다. 양계장을 개조한 기도원에서 열린 수련회였다. 강사는 당시 막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신 옥한흠 목사님이셨다. 현재 사랑의교회 원로이신 옥 목사님이 인도한 수련회에서 그야말로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다. 사실 우리 대학부의 여름 수련회 때마다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었다. 그러나 78년 송추 수련회에서 일어난 성령의 역사는 이전보다 훨씬 강했다. 성령의 급하고 강한 바람이 참석자들을 휘감았다.

당시 옥 목사님은 사자후 같은 예언적 메시지를 선포하면서 수련회에 참가한 150여명의 청년들에게 주님의 사람으로 평생 동안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말씀을 들으면서 한 사람,한 사람씩 모두 깨져갔다. 모두 모여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면서 결단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수련회 기간에 오전에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오후에 기도원에 가서 학생들과 합류했다. 첫날 기도원에서 봤던 모습이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학생들이 울고 있었다. 가슴을 치면서 회개하는 모습도 보였다. 눈이 퉁퉁 부었지만 너무나 평안한 학생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저녁에 우리는 세족식을 벌였다. 서로 울면서 발을 씻겨줬다. 그것은 위대한 섬김의 장면이었다. 나를 내려놓고 평생 남을 위해서 살겠다는 결단의 시간이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내 발을 씻겨줬다. “장로님,감사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헌신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장로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제대로 살지 못했던 것을 회개합니다.” 내 발을 울면서 씻겨주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 역시 한 명,한 명 아이들의 발을 씻겨줬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우리는 얼싸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그날 밤에는 팔이 아파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지만 마음은 날아갈 것 같았다.

당시 학생들은 모두 영적으로 깨어났다. 죄악을 고백하고 평생 주님을 좇는 삶을 살기로 작정했다. 오정현 목사나 오정호 목사 등 당시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송추의 추억’은 아름답게 각인됐다. 나는 인생의 한 시기,특히 젊은 시절에 주님과의 운명적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크로노스’로서의 시간이 아니라 주님과의 만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깨닫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수동교회 대학부원들은 송추 기도원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을 가졌다. 그날 대성통곡하며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며 주님께 실존의 질문의 던진 청년들은 이제 장년이 되었다. 당시 송추에 모였던 150여명의 주님의 군병들은 모두 그날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아름답게 주님의 증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세월은 흘렀다. 송추의 추억을 뒤로 한 채 28년의 세월이 지났다. “주님을 위한 위대한 인생을 사세요”라고 청년들에게 도전을 줬던 옥 목사님도 이제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신다. 그날 학생들과 함께 대성통곡했던 나도 72세의 노병이 되었다. 지난 인생이 후회스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송추의 추억과 같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추억 속에 살아있다.

 

                                                                                             이태형 전문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