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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서울의 크리스마스

영국신사77 2006. 12. 26. 13:24
업데이트 : 2006.12.25 18:08:18
       [국민논단―김통원] 뉴욕과 서울의 크리스마스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평소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서 한 자리에 모여 선물을 교환하고 가족의 유대를 확인한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오랜 종교적 전통에 따른 축제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이웃을 결속하게 만드는 사회통합의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크리스마스는 혈연적인 가족뿐 아니라 소외된 이웃을 위한 배려와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계기가 된다.

미국 유학시절 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다. 외롭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외국인 유학생을 미국 가정에 초대하여 1주일 정도 같이 생활하는,기독교단체가 마련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미국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이방인인 나에게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20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그때의 따뜻함을 잊지 못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그때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 중류가정에서 ‘예수처럼 섬김’을 받은 경험은 그 후 필자의 삶에 귀중한 빛이 되어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다. 어쩌면 미국에서 받은 박사학위보다 그것이 더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요즘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도 크리스마스 빛의 축제를 볼 수 있다. 이탈리아 400년 전통의 루미나리에가 매년 더욱 찬란하고 화려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밝기만큼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금년 서울의 크리스마스는 암울한 느낌마저 갖게 했다.

최근들어 급등한 아파트 값 때문에 특히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었다고 한다. 젊은 부부가 같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서울시내에서 작은 아파트 하나 장만하기가 힘들게 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예삿일이 아니다.

근래 우리 사회는 사회적 응집력의 약화와 더불어 불신과 대립으로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희망을 주는 것이 별로 없다고들 말한다. 특히 전통적인 가족 기능이 쇠퇴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복지문제들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재정이나 제도만으로 모든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시민공동체적 본질을 가진 복지 분야의 경우 국가에 모든 책임을 돌릴 일이 아니다. 민간자원의 자발적 참여가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별히 기독교는 ‘디아코니아’ 정신을 토대로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국가와 함께 빈민과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는 역할을 실제로 감당하여 왔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교회는 디아코니아를 위한 나눔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교회내의 인적자원,시설자원,재정자원,물질자원,그리고 조직자원이 그렇다. 이러한 자원들이 지방정부와 기업들과의 협력적 파트너십에 따라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서울 크리스마스의 참된 나눔은 우리 이웃들에게 예수 사랑이 감동으로 다가가 ‘희망’을 느낄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통원(성균관대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