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억→1000억→2조… "이젠 AI로 화장품 만들 것"
조선일보
입력 2020.06.25 03:44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
1992년 창업한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는 6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데 꼬박 11년이 걸렸다. 2016년 매출 1조원을 넘더니 2조원 달성까지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로레알·유니레버·존슨앤드존슨 등 전 세계 톱20 화장품 브랜드 중 16곳을 고객으로 둔 세계 1위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회사가 됐다.
이달 초 경기도 판교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이경수(74) 회장은 "3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같이 어떤 외부 변화에도 절대 바뀔 수 없는 원칙은 '코스맥스가 세계 최고의 화장품 연구소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서울대에 5년간 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올해 4월 ‘서울대-코스맥스 TIC’라는 연구소를 열었다. 그는 “미국처럼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산학협력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이 회장이 모교인 서울대에 연구비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해 11월 코스맥스는 서울대와 함께 첨단 융합 기술을 접목한 뷰티·헬스 설루션을 개발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4월에는 '서울대-코스맥스 TIC(Technology Incubation Center)' 연구소를 열었다. 코스맥스 연구진은 전기정보·재료공학·인문학·미술 등 서울대의 다양한 학과와 연계해 기존 화장품 연구와 차별되는 융합 프로젝트 10여 개를 진행 중이다. 코스맥스는 5년 동안 매년 10억원씩, 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회사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 새로운 산학(産學) 협력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기업 지원으로 대학이 연구 성과를 내고 이게 산업·기업을 발전시키고, 기업은 다시 이익을 대학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I로 소비자 맞춤형 화장품 생산"
광고 회사를 거쳐 제약 회사에서 영업 사원으로 잘나가던 그는 46세 때인 1992년 화장품 제조에 뛰어들어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뷰티 산업의 혁명적 변화는 소비자가 이끌어 낼 것이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빠르게 만족시키려면 스피드와 글로벌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피드와 글로벌화를 강화하기 위해 이 회장이 주목한 게 AI(인공지능)이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외부 AI 전문가와 협업해 회사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온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AI와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생산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발전으로 AI가 사람만 가능하던 소설을 쓰고 그림도 그리지 않느냐"며 "화장품 처방은 물론 제품 연구·개발·생산 전 과정을 AI가 주도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헬스 산업에 주목… 건강식 1위 도전
"5월까지 누적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늘었어요. 국내는 물론 중국·미국에서도 코로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묻자 이 회장이 "가장 최신 자료"라며 국내외 사업장 실적이 빽빽이 적힌 표를 보여주며 한 말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예측하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었다"고 했다. 올해 초 온라인 마케팅 조직을 확대 개편한 게 코로나 사태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산 트렌드와 들어맞았다. 이 회장은 "중국 온라인 1위 뷰티 브랜드 '퍼펙트다이어리'를 비롯해 온라인 시장에 주력하는 글로벌 고객사가 크게 늘었다"며 "국내에서도 온라인 고객사 비율이 20%를 넘었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맥스의 온라인 전담 고객사는 200여 개로 1년 만에 매출이 70% 상승했다. 코스맥스 손 세정제 매출은 연간 1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폭발한 덕분에 올 들어 국내외 거래처에 500억원 이상을 납품했다.
2022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코스맥스의 목표를 물었다. 이 회장은 "현재 그룹 전체 매출의 20% 정도인 건강 기능식 부문 전망이 매우 밝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면역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헬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외모는 결국은 (몸)속이 건강해야 가능하지요.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도 세계 1위 기업이 되겠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5/20200625003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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