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서 눈여겨본 송강호의 매력
2013년 이병헌 결혼식 주례 맡아
세계적 스타로 더욱 뻗어가기를
송강호를 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젊은 시절 나를 만나는 것 같다. 평범한 얼굴에서 분출하는 비범함이랄까. 표정 하나, 대사 하나에도 노력하려는 배우라는 걸 느낀다. 정이 갈 수밖에 없는 친구다.
‘살인의 추억’ 본 뒤 “전화번호 좀 주시게”
송강호와의 각별한 인연이 시작된 건 2003년 ‘살인의 추억’ 개봉 즈음이다. 한 시상식에서 그를 우연히 만났는데 반가운 마음에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강호야, 수상 축하한다. 네 전화번호 좀 주라. 앞으로 자주 보자.”
“제가 영광이죠. 선배님,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후배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야 늘 있지만 나이가 들어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2015년 송강호를 포함해 박중훈·한석규·장동건·현빈 등과 저녁을 함께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누렸다. 그는 “선배님께서 제 이름을 처음 부르셨을 때 목소리가 참 정겨웠어요”라며 내가 내민 손을 정겹게 잡았다.
이병헌 동생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장 인연
김우중 회장 집안과 이병헌의 인연도 그때 전해 들었다. 정 여사는 94년 TV에서 우연히 이병헌을 보고, 4년 전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뜬 장남 김선재군이 떠올랐다고 한다. 연극배우 유인촌씨 주선으로 이병헌을 만나 “양아들을 삼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병헌은 “누군가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냐”는 친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내가 정 여사라도 같은 제안을 했을 것 같다. 이병헌은 예의 바르고 다정다감하다. 2011년 내가 서강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그가 한창 촬영 중임에도 꽃다발을 들고 달려와 크게 감동한 적도 있다. 2013년 이병헌이 어느 날 명동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민정과 결혼을 앞둔 때였다.
“평소 존경해온 선배님께서 주례를 서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허허, 내가 좋아하는 후배인데 당연히 해줘야지.”
나는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기꺼이 주례를 섰다. 유동근·전인화, 임백천·김연주 부부 등 수십 차례 주례를 서봤지만 매번 처음처럼 긴장이 됐다. “결혼 생활의 비결은 없지만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만 진실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며 둘의 앞날을 축하한 것 같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가 지난해 한국영화 100년을 빛낸 남성 스타를 10명을 꼽았는데 그중에 두 후배와 내가 포함됐다. 나는 ‘지는 별’이지만 지금도 무섭게 성장하는 둘을 보면 충무로의 장래가 밝은 것 같아 마음 든든하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터미네이터’ 등 할리우드 시리즈에 출연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갖춘 톱스타로 일어섰다. 한국인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초대받을 만큼 말이다.
또 송강호의 ‘기생충’은 한국영화 처음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아카데미상 예비 후보에도 올라 있다.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고대한다.
20년 넘게 두 사람을 지켜봐 왔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JSA’ ‘밀정’에 이어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비상선언’이 올해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항공 재난을 다뤘다고 하는데 큰 기대를 건다. 내 최고작 ‘빨간 마후라’에서 목숨을 걸고 찍은 전투기 추락 장면이 새삼 떠오른다.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