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진주초대교회는 중학생 2명을 개척 멤버로 1992년 작은 상가 건물 2층에서 시작됐다. 기독교 인구가 3%도 채 되지 않는 경남 진주에서, 여성 목회자를 향한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뒤로하고 이제 교회는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리 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궁금해한다. “목사님, 지금은 한국교회가 예전처럼 부흥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그런데 목사님 교회는 해가 다르게 부흥 성장합니다. 무슨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비법이라뇨. 그런 건 따로 없습니다.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지요. 저는 그저 하나님을 감동시키고 성도들을 감동시키려고 애쓴 것밖에 없습니다.”
2004년 담임목사를 맡게 됐을 때 다짐했다. ‘그래, 남성 목회자들처럼 큰 획은 긋지 못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잔잔한 감동을 주자.’ 그래서 교회 슬로건도 이렇게 정했다. ‘감동이 있는 교회, 감동을 주는 교회, 감동을 만드는 교회, 감동을 나누는 교회, 감동 그 자체인 교회.’
“교회에서 주의 종은 성도를, 성도는 주의 종을 감동시키자. 가정에서는 남편을, 아내를, 부모님을, 또 자녀를 감동시키자. 감동시키기 위해 내가 낮아지고 손해 보자.” 늘 외치며 성도들을 북돋웠다. 교회 분위기가 이러니 불협화음이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있다 하더라도 드러낼 수 없었다.
사람 사는 곳인데 순복음진주초대교회라고 왜 이런저런 큰일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마치 대서양이나 태평양에 바위 하나 던져진 것마냥 풍덩 하고 소리가 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잠잠해지곤 했다.
비전스쿨 하계 수련회 활동 중 있었던 일이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주고 말했다. “여러분, 여기 큰 배 하나 그려보세요. 그리고 그 배 안에 여러분이 태우고 싶은 사람 10명을 적어보세요.” 학생들은 기분 좋게 배를 그리고, 거기에 엄마 아빠 언니 동생 친구 삼촌 고모까지 신나게 적어 넣었다.
“다 적었나요? 그런데 갑자기 큰 태풍이 불고 있어요. 배가 가라앉지 않으려면 한 사람씩 누군가 희생해야 해요.” 인간의 유한성과 고난에 처한 실존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한 사람, 한 사람씩 배에서 이름을 지우기 시작했고 배 안에 두 사람만 남긴 상황이 됐다.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이 조용해지며 훌쩍이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선생님이 그중 한 아이에게 물었다. “여기 이 두 사람은 누구니?” “네, 우리 목사님이랑 저예요.” 이윽고 한 사람을 더 희생시켜야 한다고 했을 때 아이는 말했다. “선생님, 목사님 대신 제가 빠질래요.” 이유를 묻자 아이가 말했다. “우리 목사님은 할 일이 많으시잖아요.”
그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코끝이 찡해져 왔다. 주의 종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어린아이의 순수하고도 비장한 결단이 느껴져 마음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제가 더 잘 섬기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교회는 주의 종이, 성도가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많았다. 그 모습이 하나님을 흡족하게 했을까. 내가 애쓰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앞서 행하시며 초대교회의 부흥을 지휘해 가셨다.
그러던 중 이런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교회를 부흥시켜 주셨는데 나만 알고 있으면 안 되지.’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성장하는 교회나 부흥하는 교회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마음, 누구든 내게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쉽게 만나지 못했다. 그랬기에 내가 했던 고민을 그대로 하고 있을 목회자들에게 우리 교회를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게 내놓을 것은 없어도, 교회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면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싶었다.
대형교회나 성장하는 교회는 혼자서도 설 수 있겠지만 고만고만한 교회는 서로 의지하고 도와야 한다. 서울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을 보라. 간판도 비슷비슷, 크기도 비슷비슷한 옷가게나 식당들이 서로 모여 있다. 자기 혼자 있으면 손님들이 다 몰려와 더 잘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모여 있기에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는다. 함께할 때 서로 잘 되는 것은 교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2010년 11월 ‘제1회 부흥성장 1일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후 ‘부흥의 지휘자’로 명칭을 바꾸고 2016년까지 7차례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국의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초대교회 부흥 비결을 궁금해하며 세미나에 참석했다. 1일 세미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렸다. 우리 성도들은 음식 대접부터 공연 주차 길안내 등 곳곳에서 초대교회의 얼굴이 되기 위해 웃음으로 섬겼다. 이러한 성도들의 섬김으로 ‘부흥의 지휘자’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교회를 섬기고 주의 종을 섬기는 성도들의 모습은 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와 특히 함께 온 성도들에게 큰 감동과 도전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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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교회에 한 다리씩 걸쳐라?… 마귀의 ‘미혹 작전’
마귀의 정체는 미혹의 영이다. 그렇다면 마귀는 우리를 어떻게 미혹하는가.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을 통해 마귀의 작전을 살펴보자. 하나님은 광야 곧 교회에서 하나님께 예배하라고 명하셨다.(출 7:16, 행 7:38, 신 12:4~6) 그래서 예수 믿는 사람은 주일이면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다.
그런데 마귀는 이 땅, 곧 세상에서 하나님을 섬기라(출 8:25)고 미혹한다.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지 말고 세상 아무 곳에서나 예배드리라는 것이다. 이것이 마귀의 첫 번째 작전이다.
또 하나님은 사흘 길쯤 광야로 들어가 하나님께 희생을 드리라고 명하셨다.(출 3:18) 애굽, 곧 세상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들어가서 하나님을 섬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귀는 뭐라고 미혹하는가.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 광야에서 제사를 드릴 것이나 너무 멀리 가지는 말라.”(출 8:28)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섬기되 너무 깊이 빠지지는 말라는 것이다.
마귀의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어지는 마귀의 세 번째 작전은 무엇인가. “너희 장정만 가서 여호와를 섬기라.”(출 10:11) 우리 주위에는 종종 자녀가 고3 수험생이 되면 “아빠 엄마가 기도 많이 할테니 너는 지금은 공부만 열심히 해라. 시험 끝나고 나면 더 열심히 섬기면 된다”라고 한다. 과연 시험을 마치면 하나님을 잘 섬기는가. 마귀의 작전에 넘어간 것이다. 10여년 전인가, 아이들이 “꼰대 죽으면 교회 안 간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음세대가 믿음의 계보를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자녀들이 교회에서 하나님을 섬겨야 하는 법을 떠나 방황하고 있는 이 현실은 무엇 때문인가. 부모들이 마귀의 작전에 미혹돼 자녀들을 하나님께서 명하시는 대로 가르치지 않고 우리의 생각과 뜻대로 했기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마귀의 마지막 작전은 무엇인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 이후부터 오직 주님만이 나의 주인이 돼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섬기는 또 하나의 주인이 있다. 바로 물질이다.
하나님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마 6:24) 그런데 마귀는 이 물질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물질로는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도록 미혹한다. 하루는 우리 교회 어느 집사님이 찾아오셨다. 그 집사님의 얘기는 이랬다.
“목사님, 신기하지예. 제가 마귀한테 배운 적도 없는데 교회 나와 보니까 딱 이 마귀의 작전대로 했다 아입니꺼. 아내가 교회 나갈 때 ‘마 교회 가지 마라. 오늘은 그냥 내하고 집에서 테레비 보면서 같이 예배드리자’고 했심니더. 그래도 아내가 교회에 가야 된다고 했을 때, ‘그래 교회 가라. 근데 가더라도 너무 광적으로 믿지는 마라. 너무 깊숙이 빠지지 말고 일요일에 가끔은 내랑 놀러 가자’라고 했지예.”
세상에 한 다리 걸치고, 교회 한 다리 걸치는 그런 신앙이 되라고 아내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마귀의 두 번째 작전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것도 통하지 않을 때는 마귀의 세 번째 작전대로 하고 있더라고 했다. “마, 그래 좋다. 교회 가라. 하지만 애들은 절대 데려가면 안 된데이. 애들 두고 너 혼자 가서 적극적으로 믿든지, 광적으로 믿든지, 깊숙이 빠지든지 알아서 해라.”
그마저도 안 될 때는 마귀의 마지막 카드가 있다. “좋다, 좋다. 당신도 교회 가고 애들도 다 데리고 가라. 그런데 만약에 느거 교회 주보에 십일조 바친 명단에 니 이름 나오면 그때부터는 니하고 내하고는 같이 못사는 기다. 끝이다.”
그 집사님은 마귀의 작전을 배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너무도 정확하게 마귀의 작전대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미혹시키려는 마귀의 작전은 실로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 하나님이 명하시는 대로 섬기라는 말씀을 미혹하는 마귀의 작전을 잘 알았다. 하나님 섬기는 법을 바로 알고 주야로 묵상하는 복 있는 자가 돼서 어떤 미혹에도 넘어지지 않고 말씀에 순종하자.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