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엠 쭉 前 베트남 장관 "한국 덕분에 경제 성장 가능했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마이 리엠 쭉(Mai Liem Truc·75) 전 베트남 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베트남 수교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베트남 사람들을 잘살게 하려면 외국의 도움이 필요했지요.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이라면 과거는 접어두고, 새 관계를 맺는 게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이 전 장관은 베트남 정보통신부에서 통신국 과장, 국제국 부국장 등을 거쳤고, 지금은 고문 역할을 하는 수석 차관직을 맡고 있다. 1989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ITU 회의 당시 베트남은 ITU 행정 이사회의 43개 이사국 중 하나였다. "쉬는 시간에 한국 대표단이 불쑥 찾아와 이사국에 선출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지요." 그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다른 사회주의 국가 대표들에게도 한국 지지를 요청했다. 이 도움에 힘입어 이사국이 된 한국은 8회 연속 이사국 지위를 이어오며 글로벌 정보통신(IT) 강국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마이 전 장관은 "한국을 도운 건 바로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이었다"고 했다. "전쟁 때문에 국민 400만명이 죽었고, 농업·제조업 기반 시설은 파괴됐습니다. 미국의 통상금지령까지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배를 곯고 있었습니다. 외국의 도움이 절실했어요."
그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1989년 베트남의 전화선은 불과 10만 회선이었고 대부분 교환대를 통하는 구식이었다. 1991년 한국 기업이 23개 성(省)에 진출해 200만개 회선을 설치했다. 현재 베트남의 유·무선 전화 회선 수는 모두 1억5000만개로 늘어
최근 그 덕분에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이 큰 선물을 하나 주겠다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라를 위한 일이었을 뿐인데… 그저 제 고향에 초등학교 하나 지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