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213장 ‘나의 생명 드리니’의 작곡가가 볼프강 모차르트(1756~1791)가 아닌 벤첼 뮐러(1767~1835)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교회음악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난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김명엽(74) 전 연세대 음대 교수는 국민일보 단독 인터뷰를 통해 “모차르트 곡으로 알려진 ‘미사 12번 G장조’(미사 G장조)의 첫 곡인 ‘키리에(자비를 구하는 기도)’ 멜로디가 찬송가 213장”이라면서 “2012년 옥스퍼드대 학술지에 따르면 뮐러가 1791년에서 1803년 사이에 미사 G장조를 작곡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료를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세계 찬송가 ‘나의 생명 드리니’의 작곡가는 여전히 모차르트로 되어 있다(사진).
김 전 교수는 “미사 G장조 작곡가가 뮐러라면 이 곡의 멜로디를 딴 찬송가 213장의 작곡가도 당연히 뮐러로 바뀌어야 한다”며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찬송가를 조사했는데 현재 웨일즈를 제외하곤 모두 작곡가가 모차르트로 되어 있다. 한국 찬송가를 비롯해 당연히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미사 G장조 작곡가가 왜 모차르트에서 뮐러로 바뀌게 됐을까. 김 전 교수는 최근 이 연주를 위해 작곡가 연구 등을 하다가 작곡가가 바뀌게 된 과정을 추적했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출판사 ‘노벨로’가 잘못 출판한 것에서 시작됐다. 1819년 노벨로는 ‘모차르트의 미사 12번 G장조(Mozart’s 12th Mass, in G, K.V.232)’를 출판했다.
미사 G장조는 6곡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곡 키리에(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비롯해 두 번째 글로리아(대영광송), 세 번째 크레도(신앙고백), 네 번째 상투스(거룩하시다), 다섯 번째 베네딕투스(복 있도다), 여섯 번째 아뉴스데이(하나님의 어린 양)이다. 김 전 교수는 “대영광송은 유명한 합창곡 ‘영화롭도다’의 곡조이다. 미사 G장조는 출판 후 19세기에 거의 백 년 동안 교회음악 작품 가운데 베스트셀러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노벨로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미사를 포함해 알려지지 않은 많은 미사를 출판해 소개했다. 이후 바흐 헨델 하이든 멘델스존 드보르작 구노 생상스 등의 합창곡을 출판했다. 그러나 노벨로판 출판 후 미사 G장조가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이 독일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됐다.
1862년 ‘모차르트 연구가’ 쾨헬(1800~1877)은 모차르트 전 작품을 연대순으로 목록을 만들어 편찬했다. 모차르트 작품의 번호를 쾨헬 번호(K 또는 KV)로 표시했다. 이후 쾨헬 사후에도 새로 발견되거나 연대가 바뀐 곡들을 여러 번 수정해 지금가지 여덟 번의 개정판이 나왔다. 쾨헬은 처음부터 미사 G장조를 ‘K.Anh.232’로 분류했다. 모차르트의 작품이 확실치 않은 것으로 분류한 것인데 ‘Anh.’는 독일어로 부록이라는 단어 ‘Anhang’의 약자다.
1894년 메인(1839~1925)은 미사 G장조를 알게 됐고 첫 번째 곡 퀴리에의 멜로디를 찬송가로 편곡했다. 3/4박자 곡을 2/2박자로 편곡한 것이다. 찬송가책(Gospel Hymns Complete)(1894)에 수록해 발표했다. 작곡가는 모차르트로 기록했다.
1905년 ‘쾨헬' 개정판인 제2판에 ‘미사 G장조’를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작품번호를 ‘K.Anh. C1.04’로 수정했다. ‘K.Anh. C1.04’에서 ‘Anh. C’는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닌 작품 분류번호다.
2012년 옥스퍼드대 도서관 카탈로그에서 뮐러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791년에서 1803년 사이에 미사 G장조를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발견됐다. 이후 미사 G장조는 뮐러 작품으로 수정돼 출판되고 있지만 그 중 ‘나의 생명 드리니’와 ‘영화롭도다’는 여전히 모차르트의 곡으로 알려지고 있다.
뮐러는 오스트리아 튀르나우 태생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다. 젊은 시절 극장 뮤지션으로 활동했고, 비엔나 레오폴트슈타트 극장에서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했다. 당시 인기 있는 작곡가로 무대 작품을 비롯한 250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김 전 교수는 “이 같은 일은 음악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제일 먼저 잘못 출간한 출판사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번 출판하면 그게 관례화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사 G장조와 그 중 잘 알려진 찬송가 213장, ‘영화롭도다’의 작곡가는 뮐러로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교수가 지휘자로 있는 서울바하합창단은 다음 달 26일 서울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에서 ‘W.밀러의 미사 G장조’라는 제목의 세미나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전 교수는 ‘똑똑똑 문 좀 열어주세요’ ‘나의 한 가지 소원’ ‘우리는 세상의 빛’ 등 어린이 찬송가와 어린이 칸타타 등 200여 곡을 작곡했다. 교회음악아카데미와 서울바하합창단을 창단했고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과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 추계예술대 성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 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서울바하합창단 지휘자,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