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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현 기자의 인&아웃-③] 헤어디자이너 1200명 중에 연봉 1억원이 넘는 사람이 200명인 이 회사

영국신사77 2018. 1. 7. 22:23
  • [장일현 기자의 인&아웃-③] 헤어디자이너 1200명 중에 연봉 1억원이 넘는 사람이 200명인 이 회사

  • 장일현 
    주말뉴스부 차장
    E-mail : ihjang@chosun.com
    주말뉴스부 차장


입력 : 2015.07.04 06:00
<②편에서 계속>

“직원 성장시키는 데 모든 걸 걸었다”
강윤선(사진)은 “전엔 눈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직원들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사람에게 모든 걸 걸었던 자신의 기대를 넘어설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한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체계적으로 미용 인력을 훈련시키고 키웠다. 1992년엔 업계 최초로 헤어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내로라하는 미용 실력자들을 초빙해 강의를 들었다.

―준오헤어는 미용계 디자이너를 키우는 사관학교로 알려져 있다.
“처음 입사한 사람은 누구나 2년6개월 동안 준오아카데미에서 5단계 과정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매단계가 끝날 때마다 테스트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마지막 1년은 커트·컬러·파마 등을 조합해 디자인한 100가지 스타일을 실제 모델을 상대로 해보고 나서, 강사로부터 합격 점수를 받아야 비로소 디자이너로 데뷔할 수 있다. 교육 시간은 1600시간 정도다. 이곳에서 일년에 150~200명 정도가 배출된다.”

―사람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뭔가.
미용은 사람이 재산이다. ‘무엇(what)’이 아니라 ‘누구(who)’이냐가 중요하다. 삼겹살을 팔든 휴대전화를 만들든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일하느냐가 핵심이다. 인재는 영입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모셔온 인재는 언제 떠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키운 인재는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외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정성 들여 키웠는데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다른 데로 가면 그 또한 미용계 발전에 도움이 될 거다. 재밌는 건 준오헤어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사람들이 바로 우릴 떠난 그 친구들이란 거다. 나가서 ‘정말 잘 배웠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 2년 반 교육시켜줬다고 구차하게 조건을 달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가면 된다. 이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냐, 그래서 내가 지금 행복한가 그것이 중요하다.”

그는 4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가치 있고 의미 있는’이란 말을 10번도 넘게 했다.

―직원들 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교육의 산물이다. 오로지 교육만이 사람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건 내 경험이기도 했다. 가난하고 못 배웠기 때문에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달라지고 발전하는 나를 발견했다. 경영에 관심 갖게 됐을 때 피터 드러커나 잭 웰치 책을 읽을 때면 그렇게 신이 났다.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회사 경영을 해야 하는지, 인재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등이 쏙쏙 들어오더라.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내 모토이다. 1990년대엔 삼성 임원이 듣는다는 1인당 80만원짜리 리더십 강좌를 모든 직원이 듣도록 하기도 했다.”

―준오헤어에선 10년 이상 일한 직원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용계에선 대단히 이례적인 일인데.
“통상 이쪽 세계 이직률은 40~50%라고 말한다. 우린 10% 안팎이다. 우리한테 온 친구들은 다른 데로 가지 않는다. 미용계 무림 고수인 그들이 단지 머리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준오아카데미 같은 데서 다른 디자이너를 상대로 강의도 하고, 미용실에서 후배를 키우는 일도 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자기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고 배울 게 많다고 하더라. 자기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직원들 교육이 수입 증대로도 이어졌나.
“헤어디자이너 1200여명 중 한 해 수입이 항상 1억원 이상인 사람은 200명이 넘는다. 한 번이라도 1억원을 넘어본 사람은 300여명에 달한다. 최근 조사해보니 연수입 1억5000만원 이상을 기록한 헤어디자이너가 2012년 4명에서 작년 40명 가까이로 늘었더라. 한 달 최고 수입 기록은 7000만원이다. 그 기록을 가진 친구는 한 해 수입이 3억원쯤 된다.”

준오헤어는 전 직원이 한 달에 한 권씩 회사가 정해준 책을 읽도록 하는 ‘독서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995년 시작해 올해 만 20년째이다.

―독서가 미용사들이 업무에서 필요로 하는 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은데.
“우리의 진짜 서비스는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제대로 서비스하려면 고객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세상도 알고 지식도 있어야 한다. 책은 역사와 시공을 초월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능력이 커지면 미용 기술도 수준이 달라진다. 미용은 이제 생계를 넘어 작품 활동이다. 사회적 성공과 자아실현의 무대이기도 하다. 헤어디자이너들에게 ‘너희들은 조각가’라고 말하곤 한다.”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다.
“책 읽고 독후감 쓰기 싫어 그만둔 직원도 있긴 했다. 하지만 이건 양보할 수 없는 철칙이다. 독서 잘 안 하는 직원 앞에서 책을 5장씩 북북 찢어 준 적도 있다. 하루에 무조건 10페이지는 읽으라는 뜻이었다. 하루 10페이지면 한 달에 300페이지짜리 책 한 권이고, 이게 쌓이면 1년에 12권, 5년에 60권이 되는 거다.”

―독서를 그토록 중시하는 덴 개인적인 경험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집에선 교과서 이외의 책을 사 준 적이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무슨 인생론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비난하지 말라’ ‘불평하지 말라’ 는 등 내용이 정말 위로가 됐다. 그 이후 거의 활자 중독 수준으로 책을 봤다.”
 <④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