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터키에 있던 직원 대부분이 발표를 듣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앞으로 공사를 해낼지 책임감이 몰려오더군요.”
한승규 대림산업 해외토목투자사업팀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 현수교(가칭 ‘차나칼레 1915교’) 프로젝트 수주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터키 정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다르나넬스 해협 현수교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대림산업과 SK건설을 선정해 발표했다.
차나칼레 프로젝트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터키 차나칼레주(州)의 랍세키와 겔리볼루(갈리폴리)를 연결하는 3.7㎞ 길이의 현수교와 진입도로 건설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3조5000억원 규모다. 한국 건설사 2곳 주축의 컨소시엄이 완공 후 16년여간 최소 운영수익을 보장받고 운영을 하게 된다. 터키 정부는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23년 다리를 개통하기로 했다. 주탑 간 거리도 2023m으로 계획됐다. 다리가 완공되면 일본 고베의 아카시대교(1991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된다.
대림산업은 이번 프로젝트에 국내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대교(1545m)를 건설할 때 사용한 자체 현수교 건설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자체 현수교 건설 기술을 가진 나라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5개국에 불과했지만 대림산업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의 자체 기술을 확보하면서 한국도 현수교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공사는 터키의 교통체증을 상당 부분 덜어줄 전망이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나라다. 아시아 쪽 터키 영토는 국토의 97%를 차지한다. 보스포러스 해협과 마르마라해, 다르다넬스 해협을 끼고 있는 유럽 쪽 터키 영토는 국토의 3%에 불과하다. 이 두 곳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로드’ 건설은 터키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미 터키에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3개의 교량과 2개의 해저터널이 있지만 모두 이스탄불에만 연결돼 있다. 반면 다르다넬스 해협 현수교는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로 6시간가량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차나칼레와 맞닿아 있어 지역 교통난을 크게 덜어줄 전망이다.
수주 과정은 길고 치열했다. 대림산업과 SK건설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24개 업체가 뛰어들어 경쟁을 벌였다. 세계 최고의 교량 건설 기술을 보유한 대림산업과 ‘유라시아 해저터널’ 건설에 성공하며 일찍 터키에 진출한 SK건설의 합작 컨소시엄은 애초부터 강력한 사업 후보였다.
그러나 일본의 반격도 매서웠다. 이토추(伊藤忠) 종합상사와 건설사 IHI 주축의 컨소시엄을 만든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수주를 지휘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입찰 마감 약 1주일 전에는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까지 터키로 보내 수주 지원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건설사뿐 아니라 정부 기관과 투자펀드 등 다양한 기업들이 가세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뒷심 발휘에 실패했다는 평이다. 이번 수주로 한국은 터키 제2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전에서 일본에 패한 아쉬움을 만회하게 됐다.
SK건설 관계자는 “2월 20일쯤 낙찰통지서(LOA)를 받으면 3월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이 수주에 성공한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 현수교 조감도. 대림산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