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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만나고 온 서울대생, 말문이 트였다/서울대 윤석민 교수 '원하는 사람과 소통하라'

영국신사77 2017. 2. 1. 16:10

'일진' 만나고 온 서울대생, 말문이 트였다

입력 : 2017.01.31 03:03

SNS로 소통량 늘었지만… 제대로 된 소통 드물어진 시대
서울대 윤석민 교수 '원하는 사람과 소통하라' 과제 냈더니

"어색하다"며 MT도 꺼린 학생들, 과제한 뒤 공감하는 능력 커져
"'남과 다름' 인정 않는 우리사회, 소통하는 방법 교육 확대해야"

지난 2015년 봄, 서울대생 조현씨와 이상도씨는 
이른바 '일진' 불량 청소년을 만나고자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지인들에게 "일진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진 학생들은 대부분 만나길 거부했다. 
둘은 무작정 한 고교에 찾아가 일진으로 보이는 학생들에게 접근한 끝에 
탈선한 이유 등을 듣는 데 성공했다. 

같은 시기 서울대생 김민선씨와 최인혁씨는 청각 장애인들을 만났다. 
두 사람은 청각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려 
수화 인사를 배우고 청각 장애 체험을 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소통의 오작동 시대에 소통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소통의 오작동 시대에 소통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이들을 포함해 서울대생 51명이 
일진 청소년, 청각 장애인, 성매매 여성 자활 기관 관계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 탄자니아에서 온 유학생 등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나선 것은 
'소통하고 싶은 사람과 소통을 시도하라'는 과제 때문이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윤석민 교수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강의였다. 

학생들이 좌충우돌하며 소통한 이야기는 
최근 '불통의 아이콘 서울대생들이 소통을 한다?'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윤 교수는 왜 이런 과제를 냈을까.

―서울대생들을 '불통의 아이콘'이라 한 이유는.

"수년 전부터 서울대 학생들이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답답했다. 
5년 전 학과 학생들에게 MT 가자고 했더니 
전체 70명 중 10여 명밖에 신청을 안 했다. 
'모르는 아이들과 같이 밤새우고 어울리기 싫다'는 거였다. 
같은 학년끼리 누군지 몰라 존댓말하고, 
신입생 환영회도 학교가 하자고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업도 마찬가지다.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과목을 10년 넘게 가르치는데 
시험 치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가 막히게 답을 잘 적어낸다. 
그런데 강의하다 질문하면 대답을 잘 안 한다. 
커뮤니케이션 수업인데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것이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나.

"사실 예전에는 학생들을 탓했다. 
'이런 학생들이 사회 나가서 
도대체 뭐가 될까? 괴물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화도 났다. 

그런데 사실 학생들도 희생자다. 
골목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논 경험이 막힌 세대다. 
어릴 때부터 혼자 공부해 
경쟁의 최정점에서 살아남은 게 서울대 학생들 아닌가. 
그래서 남과 잘 소통하지 못하고, 
더 심각하게 개인화한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소극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학교에서 소통 기회를 보충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통의 아이콘 서울대생들이 소통을 한다?’ 표지
‘불통의 아이콘 서울대생들이 소통을 한다?’ 표지
―과제를 마친 반응은.

"진지하게 누군가와 소통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는 학생이 많았다.

소통이 어렵지만 

보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

수업 시간에 누가 말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생한 이야기를 막 늘어놓는 걸 보고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커졌다는 학생도 있었다."

 

―소통 능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삶의 질은 
주변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며 
성숙한 관계를 형성해야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려면 타인과 소통하고 
남을 포용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리더가 되려는 학생들은 
그런 소통 능력을 반드시 길러야 한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하고 
차이를 수용하는 성숙도가 중요한데, 
이 성숙도가 낮은 사회에선 
소통의 양적 증가가 
오히려 사회적 혼선과 갈등을 가중시킨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SNS 등으로 소통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제대로 된 소통은 더욱 힘들어졌다. 
'소통의 오작동'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통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현재 서울대에서 소통 교육은 어떤 식으로 하나.

"수요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Speech Communication)' 과목은 
몇 초도 안 돼 수강 신청이 마감된다. 
하지만 이런 수업들조차 진정한 소통 교육이라기보다 
글쓰기나 인터뷰 기법같이 기술적 부문에 치중해 있다. 
일단 소통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31/20170131001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