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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소엽 (3) 여름밤 멱 감은 후 꼭 안고 기도해주시던 어머니…

영국신사77 2015. 12. 21. 08:13

[역경의 열매] 김소엽 (3) 여름밤 멱 감은 후 꼭 안고 기도해주시던 어머니…

입력 2013-07-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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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소엽 (3) 여름밤 멱 감은 후 꼭 안고 기도해주시던 어머니… 기사의 사진
 
한국전쟁 이후 우리 가족은 대전으로 이주했다. 나는 삼성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은행동에 거주하자 가까이에 있는 선화감리교회를 나가셨다. 그 당시에는 종을 직접 쳐서 울리기 때문에 새벽기도 종소리가 언제나 가까이 들릴 정도로 교회는 집에서 가까웠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어머니께서는 6·25전쟁 때 당한 고문 등의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나셨다. 청천병력 같은 일이었다. 풀이 죽어 어깨가 처지고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학교와 주일학교에서 ‘어머니날’에 백일장을 열었는데, 글제가 똑같이 ‘어머니’였다.
 
나는 어머니와 강가에서의 추억을 그대로 옮겨 실었다. 유년시절 어머니와 나는 집 앞에 있는 강가에 나가서 멱을 감았다. 여름 밤 별이 쏟아지는 강가에서 멱을 감고 나온 나는 엄마 품에 안겼다. 엄마 살내음은 언제나 치자향 같았다. 엄마는 나를 안고 기도를 해주셨다. 눈을 떴을 때엔 별들이 길게 선을 그으며 떨어지고 있었다. 주먹만큼 큰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질 듯 가까이 떠서 반짝이고 있는 게 두렵기까지 했다. 나는 엄마에게 왜 별들이 저렇게 떨어지느냐고 물었다. 

“이 세상 살면서 하나님 말씀에 준행하고 착하게 잘 살면, 죽고 난 후에도 밝은 별이 된단다. 하지만 이 세상 살면서 남을 괴롭히고 거짓말하고 하나님 말씀 잘 듣지 않으면, 나중에 죽어서 하늘나라에 갔을 때 ‘임마 넌 이곳에 올 자격이 없어’라고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발길로 차서 우주 밖으로 떨어뜨리면 저렇게 별똥별이 되어 떨어진단다.” 

어머니는 하나님 말씀을 동화로 써서 내게 들려주셨다. 중학교에 가서 별에도 수명이 있어 수명을 다하고 난 후 운석이 되어 우주 밖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배웠음에도 내게 영원한 진실은 어머니께서 말씀으로 들려주신 그 동화가 진리로 남아 지금도 나의 인생길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비틀거리고 넘어질 때가 왜 없겠는가. 그럴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나의 길을 비춰주셨던 어머니의 등불이 지금도 나를 인도하고 계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이셨던 채홍구 선생님은 나를 위로해주고 싶으셨는지 그 글을 조회시간에 낭독하게 했다. 그때만큼 떨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처음으로 나의 존재감을 인식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던진 한 마디 칭찬, “앞으로 훌륭한 시인이 될 거야.” 나는 이 말을 붙잡고 일어섰다. 또 시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나는 담임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훌륭한 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학교에서 장원한 시는 발표된 적이 있어서 주일학교에서 장원했던 시를 적어본다. 

멱을 감고 나와 치자향내 나는 

엄마 품에 안기면 

내 머리위에 손을 얹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어머니 

하나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 

밝은 별 되어 반짝이네 

거짓말하는 나쁜 아이 

별똥별 되어 떨어지네 

하늘에는 별들이 꿈벅꿈벅 

땅에는 반딧불이 반짝반짝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