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2010.12.30 |
필자가 그동안 말러 교향곡 공연을 감상하면서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는 3배수 번호인 교향곡(3, 6, 9번) 공연을 어제까지 각각 3번씩 감상했다는 것이다. 세 번 정도 들으면 이제 국내악단의 연주 수준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 번 들었기 때문에 당분간 더 들을 욕구가 생기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두번째는 세월이 점점 흐르면서 말러 교향곡에 대한 世人들의 관심이 점점 더 높아져간다는 얘기다. 이번 공연도 오늘(30일) 공연이 本공연으로 예정되 있었으나 일찌감치 매표가 끝나 추가공연(29일)을 기획할 정도였다 하니 공연기획계도 말러교향곡에 대한 우리나라 클래시컬 음악팬들의 관심이 세계팬 못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 판단했을 거라 생각한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필자는 교향곡 3번을 어제까지 모두 總 세번 감상했다. 3년전 KBS홀에서 열린 KBS 교향악단 정기 연주회에서 함신익의 지휘로 처음 들었고, 작년에 예술학교 관현악단의 말러 씨리즈 연주회에서 정치용의 지휘로 들은 바 있다. 이번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듣게 됐다.
미리 말하건데, 어제 공연은 이전 두 번의 연주보다 한 차원 수준이 높았다. 정명훈 선생은 이전에 라디오 프랑스 관현악단과 말러 교향곡 씨리즈를 진행한 바 있으며 그 당시 파리에서도 화제의 공연으로 평가받았다 한다. 마에스트로가 서울시향에 부임해오면서 베토벤 - 브람스를 거쳐 말러 生歿 기념시기를 맞춰 대대적으로 말러 교향곡 씨리즈를 열고 있는 것이다.
어제 연주는 바깥악장 (1악장과 6악장)의 연주가 매우 좋았다. 마에스트로가 단상 위에 올라서 인사를 마친 후, 긴 여유를 줄 틈도 없이 호른 파트쪽으로 향하면서 첫 신호를 나타냄과 동시에 104분 동안의 장대한 드라마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을 들은 사람들은 이 곡에서 나타내는 P(피아노)의 여린 정도가 얼마나 극대화됐는가를 실감했을 것이다. 큰 북 타격이 이를 증명해줬고 현악군들의 나즈막한 속삭임도 한 몫 거들었다. 판(牧神)의 피리소리도 기지를 발휘하면서 생동감있게 울려퍼졌다. 현악군들의 산들거리는 바람의 묘사도 흥겨웠다. 다성음악(polyphony)의 극치인 폭풍치는 소리는 훈훈한 콘써트홀에 일시적으로 냉기가 흘러, 옷 단단히 입고 가지 않았다면 기침의 바다로 돌변하게 할만큼 개성이 넘쳤다. 코다의 통속적인 폴리포니가 흘렀을 때, 팀파니스트들의 현란한 타격묘기는 써커스 공연을 방불케 했다.
2악장은 자연 속에서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으나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세종문화회관이 마치 비닐하우스에서 화초를 재배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3악장은 대체로 무난했다. 포스트호른의 독주(트럼펫으로 대체)는 운치있게 들렸다. 쎈쓰있는 재치보다는 좀더 내면의 독백이 담겨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공연장의 한계로 탓해야 한다. 마에스트로의 기지였을까 기획부서에서 그렇게 하자고 했을까, 總奏가 진행하고 있을 때, 양쪽 문이 열리면서 합창단이 좌우에서 입장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 독창가수도 입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필자가 공연을 관람하면서 느낀 불만스런 요소 가운데 하나가 교향곡 3번 공연때, 3악장 끝나고 4악장 人聲이 들어가는 파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합창단과 가수가 등장해 흐름을 막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그렇게 함으로써 매우 쎈쓰있는 행동을 했다라고 느낄 청중들이 대다수일 거라 본다.
캐런 카길은 목소리가 둔탁한 페트라 랑보다 음질에서 훨씬 나은 가창을 선보였다. 세종문화회관 큰강당이 큰강당의 한계를 못벗어난 기능을 한 탓에, 시원시원한 그녀의 목소리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게 유감스럽다. 몇몇 관악기들의 불안한 연주가 거슬리긴 했으나, 4악장은 원래 관악기들에게는 극악의 기교를 요구하는 부분이다. 말러가 얼마나 치밀하고 진보적인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다.
5악장은 국내 합창단의 한계를 드러낸 합창을 했노라 평가한다. 여성합창단의 사무적인 템포로 불러대는 노랫소리는 매우 느끼한 것을 먹은 것처럼 더부룩했고, 특히 어린이 합창단의 노랫소리가 여성합창단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은 것이 결정적 약점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소년합창단의 우렁차고 낭랑한 목소리를 감상하기엔 너무 먼 환경을 가지지 않나 아쉬워해 본다. 그러나 반주는 실감났고 탐탐치는 주자가 등골이 오싹할만큼 최선을 다해 타격했다.
어제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종악장(6악장)이었다. 국내악단이 아직은 현악의 농익은 소리 밀도가 외국의 저명한 악단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나, 최선을 다해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哀歌(elegie) 이전의 부분은 눈물 깨나 흘렸을 청중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頂点을 만들어 나가는 부분에서 마에스트로가 몸을 부르르 떨며 감정 이입이 된 상태에서 지휘하는 모습에 매료된 청중들도 있었으리라. 매우 마음에 들었으며, 특히 코다부분에 가서는 高揚感을 느끼며 장대한 마무리로 종결지었다. 그래서 마에스트로도 악단도 안다! 브라보!를 외칠 틈도 안 주고 잠시 침묵의 몸짓을 나타냈다. 청중도 마지막 한 音이 끝날 때까지 악단과 지휘자의 손짓에 눈을 떼면 안 된다. 물론 안다! 브라보!를 외칠 땐 과감히 외쳐줘야 한다. 하지만 타이밍도 중요하니 집중력을 발휘해 허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공연 외적인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자 한다면 단연 세종문화회관의 극악스런 울림의 억제라 할 수 있고 두번째, 악단이 악기 하나 사 줄 정도의 돈이 없나 왜 포스트호른을 마련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번째, 만약에 일본 같았으면 홀 옆에 부착된 중형 스크린을 적절히 사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사의 자막처리는 매우 만족스러웠으나 기획부서가 좀더 치밀했으면 무대 밖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모습도 비디오 카메라를 마련해 보여주는 세심함을 기대했는데 그걸 충족하게 만들어야 했었다.
오늘은 이제 예술의 전당에 가서 공연한다 한다. 아직 서울시향에 전용 콘써트홀이 없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마에스트로의 제안대로 서울시청 1층에 콘써트홀을 건설해 많은 청중들을 유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웃 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들은 대부분 도심 다운타운에 공연장, 운동경기장을 건설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지 않다면 노들섬에 조속히 공연장을 마련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위에서 잠깐 저녁 먹었을 때 특이한 레스토랑의 그릇을 언급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 아무리 좋은 명품이라도 가격이 비싸 쉬이 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명훈이란 국보급 지휘자가 국내 음악팬들을 위해 좋은 음악들을 많이 들려주고 있고 또한 참신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널리 알리는 데 힘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골동품이 될 지, 아니면 더 많은 인기를 끌 지는 미지수다. 클래식 음악의 現주소는 변곡점을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공연은 추가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최선을 다한 연주였다 생각하고,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쳐 줬다. 송년콘써트 다웠다.
출처:서울시립교향악단(http://www.seoulphil.or.kr/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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