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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26일부터 '말러 시리즈' 시작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향 연습실. 예술감독 정명훈과 현악 연주자 80여 명이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을 연주하며 리허설에 열중하고 있었다.
"말러 교향곡은 에베레스트 산 같이 높은 곳에 있는 곡입니다. 지금 바로 그 산 앞에 와 있는데 어떻게 하면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런 거죠."
리허설을 마치고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정명훈은 '연습에 들어가기 전 단원들에게 한 첫 주문이 무엇이었느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가 이끄는 서울시향은 올해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탄생 150주년과 내년 서거 100년을 기념해 오는 2010.8.26일부터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말러 시리즈'를 시작한다.
"말러는 오케스트라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나타낸 작곡가로, 그처럼 오케스트라의 화려함을 표현한 사람은 전무후무합니다. 베토벤 교향곡만 해도 피아노 등 한 가지 악기로 편곡한 곡이 있지만, 말러의 곡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나서지 않으면 그 고유한 색채를 나타내지 못하죠."
평소 요리를 즐기는 그이기에 말러 교향곡을 어떤 음식에 비유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다 "표현하기 어려운데…"라며 입을 뗐다.
"음식은 맵고 짜고 싱거운 맛을 지니고 있지만, 말러의 곡은 그런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가 있습니다. 저는 제 역할을 종종 음악의 메신저라고 말하는데, 이번에도 말러 교향곡을 관객에게 뜨근뜨근하게 전해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죠."
정명훈은 '말러 시리즈'의 시작을 제1번 '거인'이 아닌 제2번 '부활'부터 하는 이유를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향은 제2번 연주를 시작으로 올해는 10, 1, 3번, 내년에는 4, 5, 6, 7, 9, 8번 교향곡을 차례로 연주한다. 제10번과 제7번 교향곡의 지휘는 각각 제임스 드프리스트와 서울시향 부지휘자인 성시연이 맡는다.
"교향곡 1번부터 쭉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2번은 부활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죠. 비록 1악장에서 영웅이 죽지만 4악장과 5악장을 지나면서 그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잖아요. 아마추어 지휘자인 길버트 캐플런처럼 '부활'만 연주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요."
특히 '부활'은 그가 2005년 예술감독을 맡은 뒤 다시 새로운 5년을 시작하는 서울시향과도 들어맞는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활'을 리코딩 세션과 연주 실황 등 두 번에 걸쳐 26일 녹음할 계획이며, 이를 음반으로 발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