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루살렘/십자가의 길(Via Dolorosa)

[Monthly 미션―길] 예루살렘의 ‘비아 돌로로사’

영국신사77 2010. 1. 13. 00:33

2009.07.31 18:06:24

[Monthly 미션―길] 예루살렘의 ‘비아 돌로로사’


예루살렘은 늘 전세계 순례객들로 붐빈다. 그 중 이들의 눈길을 제일 사로잡는 곳으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를 꼽을 수 있다. 라틴어로 ‘슬픔의 길’이라는 이곳은 빌라도 총독에게 십자가형을 선고 받은 예수님이 형틀을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기까지의 길, 즉 고난의 십자가 여정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비아 돌로로사를 따라가면 ‘예수님이 빌라도 총독에게 재판을 받은 곳’ ‘십자가를 지신 곳’ ‘모친 마리아를 만났던 곳’ ‘구레네 사람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진 곳’ 등을 지나 ‘로마 병사가 예수님의 옷을 벗긴 곳’ ‘예수님을 매단 십자가가 서 있던 곳’ ‘예수님이 묻힌 곳’까지 이르게 된다.

 

총길이 800m에 14곳의 기념장소가 있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이곳에서 십자가 행진이 이어진다. 순례자들은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가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며 그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비아 돌로로사는 기독교 구원의 핵심인 십자가와 부활 신앙이 이어지는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이곳은 무슬림 거주지역이다. 이 때문에 좁은 길에 팔 물건을 잔뜩 내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무슬림 상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슬픔의 길이라기보다는 시끌벅적한 장터를 연상시킨다.

 

비아 돌로로사가 시작되는 곳에는 아랍인 학교가 세워져 있다. 십자가의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길인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십자가의 길은 지난하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원치 않는 길이다. 그러나 부활은 십자가를 통과해야 부여되는 상급이다. 이를 알기에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이 이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1931년 7월 콩고 이밤비에서 숨을 거두었을 때 WEC선교회 창립자 C T 스터드가 남겨놓은 것은 빛바랜 몇 장의 카키색 담요와 천막용 천으로 만든 베개가 전부였다. 그는 ‘질병 박물관’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병에 허덕였다. 하지만 복음화되지 않은 세계가 있는 한 자신의 목숨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내가 만약 1000파운드의 금화가 있다면 모두 다 중국을 위해 쓸 것이고, 만약 1000개의 목숨이 있다면 중국을 위해 그 중 하나라도 남겨둘 수가 없다.” 허드슨 테일러 선교사의 말이다.

 

조선 땅을 찾은 파란 눈의 선교사들은 어떤가. 풍토병으로 아내와 자녀들이 잃어가면서도 십자가의 복음을 전했다.

우리 힘으로 십자가의 길을 가고자 하면 곧 탈진하고, 실망하며 절망한다. 하나님과의 깊은 교감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 길에서 또다른 능력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지금, 세미한 음성을 들어보자. “네가 이 십자가를 질 수 있겠니. 나와 함께. 네 멍에가 가벼워진단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