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여호수아의 인도로 가나안에 들어와 점령한 첫 도시가 여리고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시도한 아이성 전투에서 그만 패배하고 말았다. 원인은 전리품을 빼돌린 아간의 범죄 때문이었다. 아간의 진술에 따라 그 물증을 확보한 여호수아가 아간을 잡아 처형한 장소가 바로 아골 골짜기다. 아골은 히브리어로 ‘번뇌’ 또는 ‘괴로운’ 등의 뜻으로 번뇌의 골짜기란 의미다.
아골 골짜기는 현재 ‘베카호르카니아’라고 불리며, 여리고와 베들레헴을 잇는 광야길이다. 골짜기 동쪽으로는 사해를 따라 산지를 형성하고 있고, 서쪽은 높은 유다산지가 펼쳐져 있다. ‘호르카니아 골짜기’라고 부르는 것은 골짜기 바로 서쪽에 호르카니아 봉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호르카니아 봉우리 바로 뒤쪽에는 ‘하르 몬다르’라는 일명 ‘아사셀 산’이 있다. 매년 대 속죄일에 온 이스라엘의 죄를 담당한 아사셀 염소가 이곳 산까지 끌려와 광야로 나가 죽임을 당했던 곳이다. 몬타르 산 기슭은 한번 굴러 떨어뜨리면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험하고 가파른 바위지대다.
아골 골짜기가 훤히 내려다보이는(사진) 힐카누스 봉우리는 원래 유다 산지를 방어하는 요새로 건설되었으나 후에 죄수들의 수감소로 사용됐다. 방치됐던 이 요새가 새로운 활력을 찾은 것은 이곳이 수도사들의 은둔 기도처가 되면서이다. 호르카니아 정상에는 아직도 옛 수도사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베들레헴에서 여리고로 연견되는 이 도로는 2000여년 전 여리고에서 죽은 헤롯이 베들레헴 앞 헤로디움에 장사지내기 위해 헤롯의 장례행렬이 지난 길이기도 하다.
아골 골짜기에 들어서면 흥미를 갖고 찾아볼 만한 고대 유다 성읍 3개가 있다. 스가가, 밋딘, 닙산으로 이들 성읍은 사해 근처의 벧 아라바와 염성과 엔게디와 함께 고대 여섯 성읍 중에 들어 있다(수 15:61∼62). 그러나 이 고대 성읍들은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정령하면서 아골 골짜기에 폐허지로 방치되었고 철을 따라 이동하는 목자들의 거주지 또는 도망자의 은신처와 도적들의 거주지가 되어 왔었다.
이강근 목사 (유대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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