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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일전쟁 승패의 분수령이 된 전투가 벌어졌던 평양의 주민들이 일본군을 보는 시선에 대해 비숍이 남긴 기록은 우리의 상식에 반한다. “사람들은 일본군을 아주 미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의해 평화로운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평양사람들은 근대적으로 훈련받은 일본군이 떠나고 나면 시민들의 권리를 얕보고 시민들을 무수히 폭행하고 강탈하는 한국의 구식군대가 그들을 괴롭힐까봐 매우 걱정했다.” 일본의 침략과 수탈이 우리의 주체적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우리 몫의 책임 찾기가 필요한 오늘. 실패의 역사를 거울 삼는 반구저기(反求諸己)가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동현(경희대 학부대학장·한국근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