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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교회―(20) 경남 함안 칠원교회]손양원 목사 순교 정신의 뿌리

영국신사77 2009. 6. 8. 00:09

[한국의 역사교회―(20) 경남 함안 칠원교회] 손양원 목사 순교 정신의 뿌리
                                                                         국민일보 2009.06.05 18:19:58

영남에서 태어나 호남에서 순교한 손양원(1902.6.3∼1950.9.28) 목사. 그가 4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전남 여수 애양원이 순교의 꽃이라면 경남 함안의 칠원교회(최경진 목사)는 순교의 꽃을 피운 뿌리와 같다. 손 목사는 일제의 신사참배를 온몸으로 거부해 갖은 고초를 겪었고 출옥 후에는 한센인들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 치료해주는 등 예수의 사랑을 실천했다. 훗날 역사는 손 목사를 '사랑의 원자탄'으로 추앙하고 있지만 그가 태어나고 자라난 함안 구성리 덕산마을 생가 터에는 찾는 이가 드물다.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마라"=손 목사의 부친 손종일 장로는 칠원교회 초기에 교회의 틀을 세운 믿음의 아버지다. 손 장로는 38세인 1909년 4월13일에 예수를 영접했다. 그는 칠원교회 첫 집사이자 초대 장로가 된다. 교역자도 없었던 시절, 칠원교회를 이끌었다.

39년 7월 손양원이 여수 애양원교회 전도사로 부임하고, 신사참배 반대로 구속되면서 가족들까지 교회에서 쫓겨나자 부산과 평양으로 옮겨 다녔다. 40년 9월25일, 장남인 손 목사가 신사참배 반대로 여수경찰서에 끌려가던 날이었다. 손 목사가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잠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직인사를 했다. 손 장로는 순경 앞이라 말을 아끼면서 아들에게 "누가복음 9장 62절과 마태복음 10장 37∼39절 말씀을 기억하라"고만 하고는 돌아섰다.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눅 9:62)와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 10:37∼39절)는 말씀이었다.

44년 초 장손인 손동인이 일본 군대에 끌려가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로 결정을 내린 손 장로는 69세의 노구를 이끌고 중국 하얼빈의 둘째아들(손문준)네 집으로 갔다. 손 장로는 광복을 4개월 앞둔 45년 4월13일 하얼빈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36년 전 예수를 영접한 날이었다.

◇9가지 감사기도…아들 죽인 원수 양아들 삼아=손 목사는 48년 여순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었지만 두 아들을 죽인 사람을 양아들로 삼았다. 그러나 손 목사는 아들 형제를 잃은 지 2년 만에 공산당에 의해 총살당한다. 그는 최후 순간에도 예수를 믿으라고 전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월27일 거행된 장례식에서였다. 손 목사는 이날 9가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순교의 자식을 낳게 하셨으니 감사합니다. 이런 보배(한센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삼남삼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두 아들 장자, 차자를 바치게 하신 축복을 감사합니다.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다 하는데 두 아들의 순교이리요 감사 만만합니다. 예수를 믿다가 자리에 누워 임종하는 것도 큰 복이라고 하는데 하물며 전도하다가 총살 순교당함이리요.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 갔으니 감사합니다. 두 아들을 총살한 원수를 회개시켜 내 아들 삼고자 하는 사랑하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아들의 순교 열매로 말미암아 무수한 천국의 아들들이 생길 것이 믿어지니 감사합니다. 이 같은 역경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찾는 기쁜 마음과 여유 있는 믿음을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끝으로 오, 주여 나에게 분수에 넘치는 과분한 큰 복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나이다." 손 목사의 소원은 '오직 순교'였다. 그런데 이런 소원은 두 아들을 순교 제물로 바친 지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손 목사 순교 60주년 앞두고 힘겨운 생가 복원=내년이면 손 목사 순교 60주년이 된다. 칠원교회는 지난해 덕산마을 손 목사의 생가 터(1346.4㎡)를 어렵사리 구입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완공됐어야 하지만 내부 사정으로 원점을 맴돌고 있다.

덕산마을 생가는 교회에서 도보로 5∼10분 떨어진 덕산 밑에 있다. 생가 자리엔 현대식 양옥이 자리잡고 있다. 무심코 보면 아무런 흔적도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뒤뜰 대나무숲에서 부는 바람이 그렇다. 대나무숲 마당 한편에 있는 우물은 지금도 마르지 않고 솟아난다. 앞뜰에 있던 감나무와 모과나무도 여전하다.

1906년 4월19일에 설립된 칠원교회는 이달 말쯤 100년사를 펴낸다. 100년사에는 교회의 역사 본사, 약사, 부록(손양원 목사 자료) 순으로 기록됐다. 교회를 빛낸 인물로는 손 장로, 손 목사, 손 목사의 두 아들 동인 동신의 평전·전기, 엄주신 장로와 박순익 영수의 약전 등 후손들의 회고로 꾸며진다.

구신회(56) 장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생가 복원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손 목사 순교 60주년을 앞두고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 등에 관한 구체적 마스터플랜을 다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안=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한국의 역사교회―(20) 경남 함안 칠원교회] 최경진 담임목사
 
“한 성도라도 영혼의 꽃 피울수 있는 꽃밭·화분같은 교회로 만들겠다”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의 모교회를 지키고 있는 경남 함안 칠원교회 최경진(44·사진) 담임목사는 성도들의 마음속 정원에 행복의 씨앗을 심어주는 정원사 같은 목회를 하고 있다.

"역사의 거울 앞에 서서 신앙의 선조들을 생각하면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칠원교회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굉장한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기까지 예수의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죽어가는 영혼이 살아나는 변화를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손 목사 생가 복원을 통해 사랑의 사도인 손 목사님을 더욱 알리고자 힘쓸 계획입니다."

지난 4월19일로 창립 103주년을 맞은 칠원교회의 최 목사는 자신의 마음밭에 새로운 꿈을 심었다고 했다. "지나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목(古木)이 아니라 앞으로의 100년이 기대되는 거목(巨木)과 같은 교회가 되는 꿈을 꿉니다."

이를 위해 최 목사는 3가지 목회 비전을 품었다. 건강한 교회를 통해 행복한 가정과 성숙한 성도로 양육하는 것이다. 손 목사 순교 60주년을 맞는 내년 9월까지는 손 목사의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마치기 위해 교회가 힘을 모아 기도할 작정이다.

그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쁜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꿈의 동산을 가꿔가고 있다. "저는 반칠환 시인의 시를 좋아합니다. 그는 '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의 화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한 성도를 위해 모든 성도가 통째로 화분이 되어주는 그런 꿈 말입니다."

교회를 한 사람의 영혼의 꽃이 활짝 필 수 있는 꽃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최 목사의 목회 철학이다. 한 성도의 믿음의 꽃을 피워주기 위해 전 성도가 화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울림이 크다.

또한 최 목사는 고향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기쁨과 행복이 있는 교회를 만들기를 기원한다. 칠원교회에는 젊은 부부가 많다. 물론 도심 지역 대형 교회들과 비교되지는 않지만 유아 세례가 끊이지 않는다. 최 목사의 목회 즐거움 중 하나다.

최 목사는 목회자의 역할을 나침반에 비유했다. 나침반은 한 자리에 고정돼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미세하게 떨면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과 사상, 견해를 절대시하면 곤란해요. 과거의 생각과 현재, 미래의 생각이 같으면 안 됩니다. 특히 인간의 영혼에게 터치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함안=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