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낮 서울 조선호텔, 백발에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미국 할머니들 앞에서 서문교회 손달익 목사는 설교를 통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날 행사는 CTS기독교TV(사장 감경철)가 창사 13주년을 맞아 은퇴한 미국인 선교사들을 초청,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참석한 할머니들은 한국에서 30~40년씩 의료인·교육자로 선교활동을 하다 고령으로 은퇴, 미국으로 돌아간 베티 린튼(82·한글명 인애자), 메리엘라 프로보스트(86·한글명 부마리아), 메리 멜로즈(86·한글명 왕마려)씨 등이었다. 메리 씰(84·한글명 설매리)씨는 암 투병 중이라 아들 존 씰(54·한글명 설요한)씨가 대신 참석했다.
- ▲ 한국에서 평생을 바치고 은퇴 후 미국에서 생활하는 선교사들이 한국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감사의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부터 프로보스트, 린튼, 멜로즈, 씰씨(氏). 메리 씰 선교사는 병 중이라 그의 아들이 대신 참석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손 목사는 자신이 메리엘라 선교사의 남편인 프로보스트(1919~1997)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던 경주 문화고를 다니며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를 제공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교 다닐 당시에는 '미국 사람들은 돈이 아주 많아서 우릴 돕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저에게 장학금을 준 할머니가 뜨개질 한 옷가지를 교회 바자회에서 판매한 돈을 보내셨다는 것을 긴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선교사들〉을 주제로 한 이날 예배에는 개신교계 원로 방지일 목사를 비롯해 정진경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 엄신형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신경하 목사 등 개신교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은퇴 선교사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발전상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이 활동했던 당시를 회고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한국은 결핵이 창궐하고 가난과 무지 때문에 배만 아파도 무조건 무당을 찾던 시절이었다. 광주에서 출생해 전주예수병원 간호부장까지 역임한 프로보스트씨도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던 한국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보시오"라며 "올 때마다 한국과 한국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존 씰씨는 "선교사들은 한국에 올 때 '이곳이 새로운 모국'이라고 생각했다"며 "선교본부에서 은퇴 후 거처를 미국에 마련해줬기 때문에 귀국한 것일 뿐이지 한국에 묻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프로보스트씨는 "6·25 후 부상자와 사망자가 넘쳐나는 비극적인 상황을 보면서 '하나님이 필요로 해서 나를 이곳에 보내셨구나' 생각하고 평생을 보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마지막에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 ▲ 5일 조선호텔에서 국내에서 선교하다 은퇴한 선교사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감사예배를 했다.
- /이명원 기자
- ▲ 5일 조선호텔에서 국내에서 선교하다 은퇴한 선교사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감사예배를 했다.
'국내 聖地 · 선교사 > ◆國內 선교사들&부흥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둥이가 되고 싶었던 사람 '쉐핑'선교사 (0) | 2008.11.25 |
---|---|
[만물상] 한국을 도운 선교사들 (0) | 2008.11.08 |
예수병원 선교사 묘역의 17인 (1) (0) | 2008.11.03 |
★ ‘장터 선교의 개척자’ 해리슨(1866-1952, 86세) 선교사 (0) | 2008.11.02 |
★호남의 개척선교사 ·최초 순교자-리니 데이비스/해리슨 ‘장터선교사' (0) | 2008.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