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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원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합니다”- 건대 송명근 교수 부부

영국신사77 2007. 12. 14. 17:44
      “200억원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합니다”- 건대 송명근 교수 부부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
  국내 심장 수술의 최고 대가로 꼽히는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宋明根·56) 교수 부부가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 공익 사업에 쓰겠다는 서약을 한 사실이 6일 공개됐다.

송 교수 부부는 지난 2002년 자신들이 죽은 뒤 전(全)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장을 쓰고 변호사 공증까지 마쳤다. 자신이 독자 개발한 심장 판막 보조 장치가 최근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한 덕분에 그의 현재 재산은 200억 원을 넘는다. 5년 전 공증까지 해놓고도 내색하지 않다가 이제야 사회환원 사실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송 교수는 “재산이 갑자기 엄청나게 늘어나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며 “욕심이 생겨서 마음이 흔들릴까봐 사회에 공개해서 아예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자녀 결혼자금 3억씩뿐 200억원+α ‘아름다운 기부’
심장수술 최고권위 송명근 건국대 교수
독자개발한 심장 판막제품 대히트 5년새 재산 급증… 앞으로 더 늘듯
“마음 변할까봐 유언장 공증 공개”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서약한 건국대병원 송명근(56) 교수와 심혁순(52) 부부는 5년 전 재산 사회환원을 명시한 유언장 공증을 해놓을 때만 해도 재산이 이렇게 불어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송 교수는 “이 결정을 할 때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고 난들 왜 고민을 안 했겠느냐”며 “하지만 사회 생활로 번 돈은 사회로 다시 돌려주는 것이 나의 인생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아들 1명, 딸 1명)에게 3억씩 전세금 등 결혼비용 주고 얼마가 됐던 재산을 전부 다 환원하겠다고 한 건데 일이 이렇게 커졌다”며 “자식은 물론 앞으로 맞을 사위나 며느리는 빈털터리 집에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웃음)”고 말했다.

줄곧 대학교수로만 일한 그가 이렇게 많은 재산을 갖게 된 것은 직업에 충실한 결과다. 1990년대 초반, 송 교수는 외과 의사로서 기존의 대동맥 판막 수술법에 불만이 많았다. 당시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뿜어져 나가는 길목인 대동맥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판막 전체를 인공 판막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 정통 수술법이었다. 인공 판막 비용만 400만~500만원이 드는 비싼 수술이다.

▲ 송명근 교수는“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서약을 한 이후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걸 보고 이 결정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뭔가 새로운 수술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송 교수는 대동맥 판막 환자의 심장 박동 동영상을 컴퓨터로 수백 차례 분석했다. 이를 통해 판막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 부위만 단단히 잡아주면 판막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송 교수는 매주 도살장에서 돼지 심장 5~10개를 사와 자신이 개발한 판막기능 보조 장치인 ‘SS-Ring’ 수술법을 연습했다. 지금까지 쓰인 돼지 심장이 1000여 개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1997년 심장 판막 장비를 제조 판매하는 사이언스시티사(社)를 세웠다. 제품은 한 세트 가격이 240만원 선으로 기존 인공판막의 절반 수준이다.

그의 제품은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유럽·일본 등 전 세계에서 특허도 받았다. 이 제품으로 수술하고 싶다는 요청이 미국·일본·이탈리아·브라질·멕시코 등 전 세계에서 폭주했다. 수술과정을 보여달라는 국제 학회 초청 특강 요청도 1년에 8~10회에 이른다. 최근에는 심장 수술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에서 수술법을 전수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또 미국 유명 의료기기 회사가 송 교수 회사의 경영권을 5000만 달러(약 475억원)에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캐나다의 한 의료기기 회사는 그의 제품을 몰래 복사해서 팔다가 발각되는 일도 벌어졌다.
[조선만평] 2007년 12월 7일자
이 과정에서 회사설립 초기에 미미하던 실적이 크게 뛰었고, 회사지분 40%를 가진 데다 제품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별도로 받는 송 교수 부부에게 약 200억원 가치의 재산이 돌아오게 된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의 자택과 부동산 등 40여억원을 합치면 200억원을 훌쩍 넘는 돈이 사회에 환원되는 셈이다.

앞으로도 몇 백억으로 불어날지 알 수 없자 송 교수는 사회환원에 관한 3가지 원칙을 최근 세웠다. ‘첫째 심장병 연구에 쓸 것, 둘째 소외된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쓸 것, 셋째 버려진 고아들을 위해 쓸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으로 유언장 공증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

그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심한 데는 2002년 즈음 읽은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전기가 큰 역할을 했다. “기업이 번 돈은 사회로 돌려줘야 한다는 유일한 박사의 정신에 크게 감동 받았죠. 의사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그 돈은 사회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봐요.”

재산 많은 노인 환자의 심장 수술을 앞둔 상태에서 자식들끼리 재산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그는 전했다. 아들 준영(28·중앙대의대 의학과 3년)씨와 딸 윤주(26·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인턴)씨도 부모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 심장 판막 시장은 1조5000여억원. 그의 제품이 5년 내에 세계 시장의 33%를 확보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우리 회사를 외국에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 브랜드로 승부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 나중에 사회에 환원되는 돈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했다.

 


송명근 교수는 


심장 수술 분야의 ‘신기록 제조기’로 정평이 나있다. 1988년 국내 최초로 뇌사자의 판막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고, 1992년에는 심장 이식 수술을, 1997년에는 보조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냈다. 지금까지 8000여건의 심장수술을 했다. 올해 10월 18년 동안 몸담았던 서울아산병원을 접고 건국대병원에 ‘병원장급 스타 의사’ 케이스로 영입됐다.

 

                                                                                                                                                    2007.12.07 08:37
 
 
 
 
[만물상] 의사 송명근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입력 : 2007.12.07 22:46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지난 1월 큰 돈을 기부해 준 벤처기업인 4명에게 개교 후 처음 명예박사 학위를 줬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미래산업 창업자 정문술 회장은 300억원을 KAIST에 내고도 “생색내기 싫다”며 ‘정문술 빌딩’ 개관식에도 가지 않았다. 미국 벤처투자사 암벡스의 이종문 회장은 미국 대학과 문화시설에 많게는 수천만 달러를 기부해 왔다. 병원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메디테크사 파팔라도 회장은 모교 MIT와 보스턴 학교들에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신흥 갑부들은 짜기로 이름났다. 평균 기부 금액이 다른 지역 부자보다 훨씬 적다. 자기가 부자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워낙 큰 돈을 모아 돈 쓰는 법에 눈을 뜨면 상황이 달라진다. 몇 년 전 넷스케이프 창업자 제임스 클라크가 스탠퍼드대에 1억5000만 달러를 내놓자 미국 언론은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지갑 끈을 풀기 시작했다”고 했다.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는 이름난 의사이자 벤처기업가다. 그는 심장수술용 대동맥 인공판막의 반값밖에 안 드는 판막 보조장치를 개발했다. 이 제품이 최근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미 200억원을 벌었다. 5년 안에 1조5000억원 규모 세계 심장판막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어서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송 교수가 5년 전 자신이 죽으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장을 쓰고 공증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그제 공개했다. 그가 재산 기부 약속을 굳이 사회에 밝힌 이유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진솔하다. “재산이 갑자기 엄청나게 불어나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욕심이 생겨 마음이 흔들릴까봐 아예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다.


▶송 교수가 재산 환원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도 가슴에 와 닿는다. “심장수술을 앞둔 부자 노인 앞에서 자식들이 재산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서”였다. 송 교수는 미국의 세계적 의료기기 업체가 그의 회사를 5000만 달러에 사겠다고 한 것을 비롯해 숱한 인수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환원되는 돈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고의 심장수술 권위자로 꼽힌다. 송명근 교수는 사람들의 아픈 심장뿐 아니라 그 심장 속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진정한 명의(名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