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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과학의 만남] 지적 설계론 (上,中,下)

영국신사77 2007. 5. 16. 13:42

[신학과 과학의 만남] 지적설계론 (上) 개념과 창조론과의 차이

지난 8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생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과 더불어 지적설계이론을 포함한 다른 대안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해 진화론과 지적설계 진영간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그는 교과과정은 연방정부보다 주 교육위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생명의 기원 및 생명체의 복잡성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 학생들에게 진화론 외에 지적설계이론을 포함한 다른 대안도 함께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일환이라고 기독교적인 신념을 소신 있게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오하이오주 및 펜실베이니아주 도버교육위를 비롯,몇몇 주에서 진화론과 지적설계이론을 함께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며 수십개 주에서 다양한 형태로 유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논쟁은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언급한 지적설계이론이란 무엇이며 창조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심층 분석했다.

지적설계이론이란 우주 및 생명체 등에서 지적설계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연구하는 과학적 프로그램을 말한다. 따라서 이 이론은 지적 설계자가 누구이며 그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창조주가 누구이며 △창조주는 왜 우주와 생명체 창조에 개입했으며 △개입과정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은 지적설계이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적설계이론이 지적설계의 증거만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 범위를 제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나님의 직접적 창조행위는 엄밀히 말해 과학적 탐구 대상이 아닌 신학의 영역으로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창조주가 창조과정에 개입한 과정을 과학적으로 탐구 가능하느냐에 대한 문제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탐구 가능한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현재의 과학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지적설계이론은 △(우주와 생명체 등에) 지적인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과 △이러한 지적인 원인은 경험적으로 탐지될 수 있다는 두 가지 기본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예컨대 프린터 용지에 0과 1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출력된 것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11011101111101111111011111111111011111111111110….’

이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0과 1사이의 개수가 차례로 2,3,5,7,11,13으로 늘어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수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뉘는 1보다 큰 양의 정수인 ‘소수’(prime)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0과 1사이의 배열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진,일종의 난수 발생에 의한 것이 아니고 분명히 지적 개입이 있었다고 결론 짓게 된다.

그러나 발견자는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숫자를 배열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0과 1을 타이핑해 출력한 것일 수도 있고 2,3,5,7,11,13 등을 타이핑해 그것을 0과 1의 배열로 변환시켜 출력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이 작성한 소수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으며 요즘처럼 인터넷에 저장된 배열의 숫자를 내려받아 출력한 것일 수도 있다. 여러 형태의 유추가 가능하지만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숫자를 배열했는지에 대한 것은 엄밀히 말해 쓴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누가 어떤 의도로 0과 1사이의 숫자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영역은 지적설계이론과는 전혀 무관하다.

특히 지적설계이론에서는 우연과 필연으로 생길 수 없는 일을 설계의 개념으로 정의한다. 이 때문에 지적설계의 개념은 인간 지성의 존재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다.

반면 반진화론으로서 오래 전부터 연구돼왔던 창조과학은 1980년 미국 아칸소 창조재판으로 불리는 ‘아칸소 법령 590조’에 정의된 것처럼 △우주와 힘과 생명이 무로부터 갑자기 창조됐다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은 단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모든 종류의 생물의 발생을 일으키기에 불충분하다 △원래 피조됐던 동·식물들 속에서 제한적인 법위의 변화만 일어난다 △사람과 원숭이는 그 조상이 다르다 △지구의 지질학은 전 지구적인 홍수를 포함하는 대격변에 의해 설명된다 △지구의 생물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등의 6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적설계자가 누구이며 그 설계자가 창조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에 대해 궁극적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창조과학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과학적 설명이 불가능하다 해도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쪽이 창조과학이다. 이같은 창조과학의 특징은 진화론을 포함,타종교의 세계관과도 충돌이 불가피했고 앞으로도 그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적설계이론은 창조론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적설계운동을 이끌고 있는 학자 중 한 사람인 윌리엄 뎀스키의 지적설계에 대한 정의는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지적설계운동은 지적인 원인들의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의 연구 프로그램이고 다윈주의와 다윈주의의 자연주의적 유산에 대해 도전하는 지적인 운동이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반다윈주의 개념을 갖고 학문 활동에 유신론적 대안을 제공하고 있는 지적설계이론은 무신론적 자연주의 세계관에 기초한 현재의 학문 체계에 도전하는 이른바 ‘쐐기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움말 주신 분 △이승엽 교수(서강대 기계공학부·지적설계연구회장) △도명술 교수(한동대·생의학연구소)

남병곤기자
nambgon@kmib.co.kr

 

 

 

[신학과 과학의 만남] 지적설계론 (中) 10여년 논쟁의 영향

 

2005-09-16 15:34:54



19세기 초 윌리엄 팔레이(Williiam Paley)는 그의 저서 ‘자연신학’(Natural Theology·1802)에서 ‘시계공의 논증’을 펼쳤다. 그 핵심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풀밭을 걸어가다 돌멩이 하나가 발에 차이자 그것이 어떻게 거기에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그것은 거기에 항상 놓여 있었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의 어리석음을 입증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만약 돌멩이가 아니라 시계를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시계가 어떻게 그 장소에 있게 됐는지 답해야 한다면 앞에서 했던 것과 같은 대답 즉,시계와 같이 거기에 항상 놓여 있었다고 답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시계는 반드시 제작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선가 한 사람,혹은 여러 사람의 제작자가 존재해야 한다. 제작자는 의도적으로 그것을 만들었으며 제작법을 알고 있고 그것의 용도를 설계했다…시계속에 존재하는 설계의 증거,그것이 설계됐다는 모든 증거는 자연의 작품(돌멩이)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그 차이점은 자연의 작품쪽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또는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한 것이다.”

당시 시계는 지금과 달리 매우 대표적인 복잡한 기계로 인식됐다. 팔레이는 시계를 통해 그 복잡성을 생명(자연)의 복잡성과 비교하면서 생명이 설계됐음을 논증했다. 하지만 이 논증은 19세기 후반에 들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1859)에 의해 반박됐다. 생명의 복잡성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는 관점이 과학의 주류에 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화론은 생물학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철학 등 사회 각 영역에 다층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다수의 인류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화론적 사고에 길들여진 것이다.

이같은 설계 논증은 1980년대초 미국에서 등장한 지적설계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조과학이 신앙적인 관점과 대중적인 운동이라고 한다면 지적설계 운동은 신앙적인 관점을 제거한 지식인과 학문 분야를 겨냥한 유신론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 진영은 ‘하나님의 창조’와 ‘반진화론’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래서 진화론자들은 지적설계 운동자에게 ‘교묘하게 포장된 창조론’이나 ‘종교적인 관점을 과학 교과서에 도입하려는 터무니없는 음모’라고 공격한다.

최근 10여년 동안 미국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적설계이론의 핵심(표 참조)은 두 가지다. ‘지적설계가 과학인가’와 ‘지적설계가 진화론의 대안 이론으로 교과서에서 가르쳐야만 하는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적설계가 과학인가라는 문제는 달리 말하면 지적설계가 종교적인 관점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만약 종교적인 관점을 포함하고 있다면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을 담고 있는 미국헌법(수정 헌법 제2조)에 위배되기 때문에 생물학 교과서에 등장할 수 없게 된다.

지적설계론은 이미 2001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교육의안인 ‘샌토럼 법안’에 의해 과학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법안은 1987년 창조과학이 종교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 교과서에 이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연방법원의 판결 이후 1990년대부터 창조론의 새로운 대안으로 지적설계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져 드디어 2001년 중요한 법안으로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샌토럼 법안에 영향을 받아 미국의 여러 주교육위는 생물학 교과서에 지적설계론을 등장시키고 있다. 탄소 질소 등 무생물에서 ‘장구한 시간에 우연히’ 단세포 생물이 출현한 이후 인간을 포함,모든 종류의 생명체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됐다는 것이 현대 생물학에서 다루고 있는 기원에 대한 기본 내용이다. 이것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진화론에 영향을 받아 구축된 모든 학문의 기초가 지금 미국에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이승엽 교수(서강대 기계공학부·지적설계연구회장) △조정일 교수(전남대 생물교육과)

남병곤기자
nambgon@kmib.co.kr[국민일보]

 

       [신학과 과학의 만남] 지적설계론 (下) 중요 논증모델
[국민일보 2005-09-08 15:21]

“다윈의 진화론에 도전하는 지적설계론은 학술 연구로 가장한 회의와 홍보를 통해 창조론보다 세련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과학의 범주 밖에 있는 주장이거나 종교적인 주장에 불과하다”(2005년 1월25일자 ‘워싱턴포스트’ 사설중에서)

미국의 주류 언론 및 전문 학술지들은 지난 1월부터 지적설계론을 본격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다윈 틀렸는가?’(Doubting Darwin·뉴스위크 2005년 2월7일자) ‘지적설계가 당신의 대학에 들어오고 있는가’(네이처 2005년 4월28일자) ‘진화론 전쟁’(The Evolution Wars?타임 2005년 8월15일자 국제판), ‘다윈주의 논쟁’(A Debate Over Darwin? 뉴욕타임스 2005년 8월21∼23일 3회 특집기사) 등이 그것이다. ‘진화론-지적설계론’ 논쟁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지적설계론은 설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우주와 생명체에 담겨 있는 지적설계의 증거만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설계자가 그것을 왜 설계했으며 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결국 지적설계론은 기독교적 대안이 아니라 과학으로서 유신론적 대안일 뿐이다. 이 때문에 지적설계론은 신앙 혹은 종교적 관점은 배제될 수밖에 없고 신앙은 지적설계론과 상관없는 각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들은 마치 ‘위장된 창조론’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지적설계론자들은 철저한 과학적 논증에서 출발한 이론이라고 강변한다. 그렇다면 지적설계론을 떠받치고 있는 중요 논증 모델은 무엇인가?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과 복잡 특수정보로 압축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해 지적인 존재에 의해 생명체의 복잡성에 존재하는 설계의 증거를 찾는다.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란 여러 개의 부품들로 구성된 생화학 시스템에서 어느 하나의 부품을 제거하면 그 기능이 상실돼버리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능하지 않는 부품들이 중간체로 미리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방법으로는 도저히 생성될 수 없는 지적 설계의 증거가 된다. 예컨대 여러 개의 구성요소로 이뤄진 쥐덫의 경우 각각의 구성 요소가 제 위치에 있을 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 요소가 단 하나라도 없어지면 나머지 구성 요수들이 모두 제 자리에 있다 해도 쥐덫으로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이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시스템이다. 이 개념을 이용하여 생명체 복잡성에 존재하는 지적인 설계를 증명하는 것이다.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이론은 지적설계론의 핵심 개념으로서 진화론자들과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잡 특수정보는 정보이론을 통해 ‘설계된 정보냐’ ‘우연한 정보냐’를 구분하는 것이다. 예컨대 단백질이 만들어질 확률을 계산하면 설계된 정보인지 우연한 정보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세포를 이루는 주요 성분은 단백질이고 이것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다. 천연 상태에서 아미노산은 100여 종류가 존재하는데 이중 20종의 아미노산만이 동?식물의 단백질 합성에 이용된다. 이처럼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20종의 아미노산 가운데 특정 아미노산을 이루는 배열 순서를 가리켜 단백질의 1차 구조라 한다.

이런 1차 구조를 가진 특정한 단백질이 만들어질 확률은 10의 39승분의 1이다. 단백질은 통상 수백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만약 아미노산이 최소 100개로 연결된 1차 구조를 지닌 특정한 단백질이 있다면 이것이 저절로 만들어질 확률은 10의 130승분의 1에 달한다.

10의 130승분의 1에 대해 수학자 카플란은 이미 이렇게 설명했다.

“생명체 생성확률이 10의 130승분의 1이라면 생명은 생명을 주는 자(혹은 설계자) 없이는 생겨날 수 없다.”

가장 단순한 것으로 알려진 PPLO라는 대장균은 625개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는데 이것이 1개의 단백질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10의 114승분의 1이다. 따라서 PPLO가 저절로 만들어질 확률은 이것의 625배이므로 10의 71250승분의 1이다. 과연 이런 확률로 생명체의 단백질이 저절로 만들어져 사람과 같은 100조개의 세포를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지적설계론자들은 이같은 정보이론을 통해 ‘설계’와 ‘우연’의 획을 긋는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이승엽(서강대·지적설계연구회장) 교수 △이정자(연세대 수학과) 교수

남병곤 기자 nambg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