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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셉수트 장제전: '남장 여왕'의 욕망, 건축물에서 빛나다

영국신사77 2007. 4. 25. 18:02
  핫셉수트 장제전:'남장 여왕'의 욕망, 건축물에서 빛나다  
이승철 U포터     2007-02-10 12:11

                기묘한 모습의 석회석 바위산 아래 수천년을 서있는 핫셉수트 장제전


- [룩소르에서 다마스커스까지 4] 핫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고대 이집트 파라오들의 숨겨진 공동묘지였던 왕가의 계곡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목 오른편 바위산자락에 거대한 신전 하나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핫셉수트 장제전이다. 우리 일행들은 이 신전을 둘러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도 예의 자동차가 끄는 작은 무궤도 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이 신전은 핫셉수트 여왕이 부왕인 투트모스1세와 자신의 부활을 위하여 스스로 건축한 유일한 신전이다. 이 신전은 다이르알바리(Deir el Bahri) 석회암절벽 바로 아래에 3개의 단으로 건축된 거대한 석조건축물이었다.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여왕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 신전의 주인공이며 제18왕조시대의 걸출한 여걸이었던 핫셉수트 여왕이다. 그녀는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었지만 스스로 여자이기를 거부하고 남장을 하였던 여왕으로 유명하다.


                    장제전 전면 열주에 붙여 서있는 파라오 신상들


회화나 벽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왕은 남성처럼 수염을 붙이고 남성 행세를 하였으며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부정하고 신의 자식이라고 주장했단다. 스스로 신이 되고 싶었던 어쩌면 과대망상증에 빠졌던 여왕이기도 하였던 인물이다.


그녀는 투트모스1세의 딸로서 성경의 구약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를 양아들로 삼아 기른 공주로 알려진 여인이다. 모세의 출애굽기는 람세스라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람세스2세 시대의 사건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연대표를 살펴보면 투트모세2세 시대라는 것이 새롭게 대두되는 학설이다.


그녀는 남편 투트모스2세가 죽은 후 투트모트2세가 후궁에게서 낳은 아들 투트모스3세가 겨우 10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르자 섭정을 하다가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 여왕은 왕좌에 있는 동안 왕권과 함께 신권까지 휘두르며 상, 하 이집트의 양대 주권을 의미하는 2중의 관을 쓴 절대 군주로 군림하기도 했다.


이 장제전은 자신에 왕위에 있는 동안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전시목적의 건축물이기도 한 셈이다. 그러나 그녀의 절대 권력도 20여년이 지난 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투트모스3세가 성년이 된 후에 계모이자 백모이며 한 때 왕권을 찬탈했던 여왕을 몰아내고  권력을 되찾은 후에는 그의 증오와 복수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핫셉수트여왕의 신상과 부서진 신전 오른쪽 모습


                       제단 석축과 장제전에서 바라본 앞쪽 풍경


그녀가 왕위에 있는 동안 투트모스3세는 항상 생명의 위협과 함께 왕위를 영원히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는 제위 중에 영토를 확장하고 왕권을 강화하여 위대한 이집트를 건설한 왕으로 추앙되었지만 핫셉수트 여왕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그녀가 만든 기념물들에 새겨진 핫셉수트의 이름을 모조리 깎아 훼손해버린 것이다.


핫셉수트 장제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그녀가 왕위에 있는 동안 인근의 나라들과 통상에 주력했다는 흔적처럼 커다란 향료나무가 서 있었던 자리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녀는 왕위에 있는 동안 향료를 직접 생산하여 통상에 임했다고 전한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기묘한 형상의 석회암 바위산 아래 하나의 건축물로 바라보이지만 장제전은 3단의 제단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맨 아래에 있는 제답입구 계단 옆에는 독수리 머리모양을 한 돌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이 돌기둥은 이 신전을 지키는 수호신인 셈이다.


위로 올라가면 중앙의 제단 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둥들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이 기둥들은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가운데 부분의 기둥에는 오시리스 상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장제전 입구 여왕이 통상용으로 길렀던 향료나무가 있던 자리


핫셉수트여왕 자신과 부왕, 그리고 남편의 상들이다. 그러나 장제전의 중앙 부분은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좌우의 양쪽부분은 대부분 무너져 내리고 기둥과 오시리스 상들도 깨어지고 부셔진 모습이 처참하다.


장제전 중앙부분 보존상태가 좋은 곳의 벽에는 아직도 선명한 채색벽화가 남아 있는데 당시의 사회상과 향료를 생산하여 통상을 한 모습과 여왕 자신의 얼굴에 수염을 붙인 모습도 보여 이채롭다.


"저 신전 뒤편에 솟아 있는 바위 좀 보세요. 마치 곰처럼 보이지 않으세요?"
일행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신전 뒤편의 석회암 바위산은 정말 보는 각도에 따라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서 여왕의 장제전을 더욱 신비경으로 이끌고 있었다.


장제전 안과 넓은 제단 광장에는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신전도 유명한 곳이어서 수백 명에 이를 것 같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신전을 둘러보고 내려오다가 우리일행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주변에 있던 중국청년 한 명이 자신도 끼워 달라고 한다.


                               장제전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


 

중국청년의 행동이 우스꽝스럽고 귀여워 우리들 자리에 끼워주자 주변에 서있던 서양청년들까지 몰려든다. 모두들 재미있어하며 그들을 받아주었다. 그러자 10여명의 각국 청년들이 너도나도 달려든다. 그들 때문에 우리일행의 기념사진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뒤섞인 사진이 되고 말았다.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길 오른편으로는 부셔지고 흩어진 유적의 흔적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다. 그 유적들 가운데 성문처럼 보이는 커다란 구조물 한 개가 건재한 모습이 보인다. 이 문이 바로 제11왕조 몬투호텝(Montjuhoteph)왕의 장제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부근의 핫셉수트 장제전과 함께 이곳 사람들은 성스러운 곳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지명이 다이르알바리(Deir el Bahri)인데 이 말은 .북쪽사원,이라는 뜻과 함께 .성스러운 곳.이라는 의미의 .제세르(Djeser)'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고대 이집트의 수도였던 테베의 북쪽 끝 지역에 해당하는 곳이다.


핫셉수트여왕의 장제전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목에는 왼편의 불그스레한 바위산 아래로 허름한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가게들 앞을 걸어 나오는 관광객들을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옛 몬투호텝3세의 장제전 입구, 문루만 남은 모습


뱀처럼 조각한 지팡이며 우리들이 쓰는 것과 비슷한 모자들도 보인다. 아랍특유의 문양으로 염색한 스카프며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본떠 만든 조각품들, 그리고 기괴한 모양의 마스크(탈)을 파는 가게들도 있었다.


"싸요! 싸요! 빠리빠리 오세요?"
이게 무슨 소린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랍상인 한 명이 우리들이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우리말로 호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 저 사람들 웃기네, 우리말을 하잖아?"
그런데 그 정도로 끝이 아니었다.
"항개에 이천언! 항개에 이천언! 싸게 팝니다. 빨리빨리 오세요?"
이 아랍상인은 조금 더 정확한 발음과 화폐단위까지 우리 돈으로 한 술 더 뜨고 있었다.


"어라! 저 사람 언제 우리말을 배웠지? 저 정도까지 하는데 한 개 팔아줘야지."
마음씨 착한 여성 일행 한 명이 2달러를 주고 하얀 면 스카프 한 개를 사는 것이었다. 그 일행이 스카프를 사서 손에 들고 나오자  바로 옆 가게 상인이 부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큰 소리로 떠든다.


"꼬레아! 넘버원!, 또 오세요? 마니마니 사세요."
이게 웬 말인가? 그들은 어느새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한국인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우리 한국과 한국인들이 최고라니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근처를 걸어 나오던 다른 외국인들은 머쓱한 표정이다.


 


그러나 이런 기분 좋은 일은 여행 중에 여러 곳에서 보고 들어야 할 것들의 시작에 불과 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들 상인들 때문에 좋아진 기분은 나일강 근처로 나와 먹은 점심 맛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현지식단 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음코스인 카르낙신전으로 향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