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키프로스 라나카에서 바울이 3차 전도여행 때 들른 로도 섬으로 가기 위해 아테네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전 5시40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7시30분쯤 아테네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5시간30분을 기다린 후 다시 오후 1시에 로도 섬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아테네를 이륙한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2시30분 로도 섬에 도착했다.
로도(Rhodes) 섬은 고스 섬 남쪽으로 85㎞쯤,터키 소아시아의 해협으로부터는 약 17㎞ 떨어져 있는 지중해의 작은 섬이다. 에게해 대부분의 섬과 마찬가지로 로도 섬도 터키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으나 그리스에 속해 있다. ‘로도’는 섬 이름인 동시에 항구 이름이기도 하며 그 이름의 뜻은 ‘장미꽃’이다. 섬의 크기는 에게해에서 그레데 다음으로 크며 너비 67.2㎞,길이 27.2㎞가 된다. 이 섬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하여 숲이 무성하고 농산물과 과일이 많이 생산된다.
바울은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도중 고스를 떠나 이곳을 거쳐 바다라로 갔다(행 21:1). 바울의 배가 정박한 곳은 공항 근처의 로도 항구가 아니라 남쪽에 있는 린도스라는 항구이기 때문에 우리는 렌터카를 빌려 린도스로 달렸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피곤했지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당일치기로 린도스를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로도를 출발하여 아크로린도스에 도착한 것은 문을 닫기 40분전인 오후 6시쯤이었다. 아크로린도스는 북쪽 로도스시에서 동해안을 따라 약 55㎞ 지점에 위치해 있다. 현재의 아크로린도스는 마을의 정상에 있기 때문에 먼저 언덕에 차를 주차시켰다. 상점 사이로 난 좁은 길과 마을의 집들 사이로 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자 아크로린도스 매표소가 나왔다.
입장료 6달러를 지불하고 다시 가파른 계단을 헐떡이며 입장권을 살 때 나누어준 안내책자를 보며 정상으로 올라갔다. 아크로린도스 꼭대기에 올라가자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왔고 남쪽으로는 바울의 배가 정박했다는 린도스 항구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아크로린도스의 상점터와 요한기념교회를 카메라에 담고 40분만에 내려왔다. 오후 7시가 되었지만 다행스럽게 해가 긴 여름철이어서 린도스 항구에 도착했을 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바울의 정박을 기념하는 교회가 항구 남쪽 해안에 세워져 있었다.
린도스 항구 답사를 마치고 북쪽에 있는 로도 항구로 돌아오자 석양의 해는 바다로 지고 있었다. 로도 섬에 도착하여 먼저 린도스로 가야 했기 때문에 숙소를 정하지 못했던 우리는 저녁식사 전에 숙소를 찾기로 했다. 여름철 성수기인 관계로 비용이 싼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우리나라 여인숙 정도도 안되는 민박 비슷한 숙소를 잡은 후 동행한 세 분과 함께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로도 섬의 옛 항구인 만드라키 항구(로도 항구 바로 옆)는 고대 7대 불가사의인 태양신 헬리오스 거상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명동과 인사동거리 같은 소크라테스 거리라는 곳의 식당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약간 넓은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2∼3층 건물의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야경이 무척 좋았다. 우리 일행이 2층에 자리를 잡자 종업원이 메뉴판을 갖고 왔다. 무엇을 먹을까 메뉴판을 보는 순간 생각보다 너무 비싼 가격에 우리는 기분 내는 것을 포기하고 메뉴 중 한두 개만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도 1인당 우리나라 화폐로 2만원이 넘었고 정식코스는 4만∼5만원이나 했다. 조금 지나자 식탁에는 미지근한 물에 오렌지를 띄운 유리그릇이 나왔다. 나는 식사전에 먹는 음료인줄 알고 마시고나니 그것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씻는 물이었다. 분위기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려다가 창피를 당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낭만적인 로도의 소크라테스 거리의 운치 있는 야경으로 비싼 음식값을 보충했다는 위로를 받았다. 성경에 나오는 에게해의 여러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 사모스 섬이라면 낭만적인는 섬은 로도 섬이다. 그래서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그 옛날 바울은 관광객이 아닌 복음의 전도자로서 이곳에 들렀다. 그날 밤 성경에 꼭 한번밖에 언급되지 않은 바울의 전도 여정의 흔적을 찾았다는 감격 속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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