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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일본기업 역습 개시

영국신사77 2007. 2. 24. 12:50

                   [조선데스크] 일본기업 역습 개시

 

                                                                            최홍섭 산업부 차장대우 hschoi@chosun.com
                                                                                                           입력 : 2007.02.23 22:17

    • 최홍섭 산업부 차장대우
    • 일본 경제인들은 지금도 ‘후쿠다 보고서’가 없었더라면 하고 아쉬워한다.

      후쿠다 보고서란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이던 일본인 후쿠다 시게오씨가 1993년 이건희 회장에게 제출한 56페이지 분량의 적나라한 내부 비판 보고서를 말한다. “삼성전자 규모의 회사가 신제품을 만드는 데 상품기획서가 없다.” “상품을 디자인할 때 A안, B안, C안은 출발부터 개념이 다른데도 윗사람들은 적당히 섞어서 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느닷없이 디자인을 사흘 안으로 해달라고 주문한다.”

      격노한 이건희 회장은 ‘신(新)경영’이란 혁신 운동을 시작했고 이는 오늘날 삼성을 만든 기틀이 되었다. 드디어 3년 전 삼성전자가 일본 전자업체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이익을 기록하자, 일본 기업들은 상처 난 자존심을 가누지 못해 신음을 했다.

      일본디베이트연구협회는 ‘세계 최강기업 삼성이 두렵다’란 책에서 “일본을 모방해서 출발한 삼성이 지금 일본이 텃밭으로 자부해온 분야를 휩쓸고 있다”고 적었다. 도요타 경영진은 당시 현대차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백미러를 보는데 빠르게 쫓아오는 건 현대자동차뿐, 놀라운 라이벌”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칼을 갈았다. 한국은 회장이 한 시간 만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결정을 내리는데 우리는 왜 한 달 넘게 걸렸나? 왜 호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불황 때 성급히 생산을 줄였나? 그래서 일본에선 ‘실패학’관련 서적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엔저(低)를 바탕으로 일본경제가 회복되자 수비 경영은 공격 경영으로, 돌다리 경영은 스피드 경영으로 바뀌었다. 과감한 투자, 공격적인 가격인하, 글로벌 M&A(인수·합병)를 서둘렀다. 마쓰시타는 작년 추수감사절 세일 때 미국에서 42인치 PDP TV를 대당 999달러에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 기업의 특기인 저가(低價) 선제공격을 단행한 것이다. 반도체에선 한국을 포위하기 위해 대만·중국과 흔쾌히 손을 잡았다. 각종 부품이나 장비의 대한(對韓) 수출도 한층 까다롭게 만들었다. 물론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서다.

      9년 전 러시아에 금융위기가 닥치자 먼저 철수하는 바람에 삼성과 LG에 시장을 빼앗겼다는 것도 그들의 반성이다. 도요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제 위험지역도 과감히 들어간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샤프의 마치다 가쓰히코 사장은 최근 “한국 기업의 독주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6개월 정도 가격경쟁해 보자”며 큰소리쳤다. 21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한 것도 자신감의 발로로 봐야 한다. ‘잃어버린 10년’ 불황의 추억이나 한국 기업에 뒤졌던 수모는 죄다 잊어버리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일본의 수비 경영으로 재미 봤던 한국은 비상이다. 지난해 한국의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6.8%로 일본의 21.3%에는 어림도 없다. 기업들은 일본과 반대로 간다. 이 눈치 저 눈치 몸을 사리며 의사결정도 둔해지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경제를 상징해온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중에서 현대차는 노사분규로 자멸(自滅) 중이라고 일본은 이해하고 있다. 일본은 샤프나 도요타가 문을 닫아도 후보 투수들이 즐비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3월 말 함께 골프를 하기로 했단다. 그냥 운동만 할 게 아니라, 일본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