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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소년등과와 연예인

영국신사77 2007. 2. 14. 15:37

                  [조용헌 살롱] 소년등과와 연예인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2007.02.14

    • 조용헌
    •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死)’라는 말이 있다. ‘소년 시절에 과거에 합격하면 좋게 죽지 못한다’는 뜻이다. 스무 살이 채 안된 나이에 출세해 버리면, 뒤끝이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옛 사람들은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벼슬을 하거나 재물을 많이 얻거나 성공하는 일을 경계했던 것 같다.

      인생사라는 게 전반전이 좋으면 후반전이 좋지 않기 마련이다. 끝까지 계속 좋은 사람은 아주 드물다. 더구나 젊어서 출세하면 십중팔구 거만해진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버릇이 생긴다. 30대 중반 이전에 돈을 벌어 이 돈을 말년까지 유지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별로 보지 못하였다. 남자가 돈 있고 건강하면 주색잡기(酒色雜技)로 빠지기 쉽다. 돈은 역시 나자빠지고 엎어지는 풍상을 겪으며 40대 중반이 넘어서 벌어야만 유지가 된다.

      한국 사회에서 20대에 대중의 인기를 얻고 돈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연예인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은 ‘소년등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문제는 뒷감당이다. 20대의 나이에 뒷감당할 내공을 어떻게 쌓는단 말인가? 인기가 떨어지고 난 다음의 후반전을 과연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문제다. 맹자는 이를 ‘달즉겸선천하 궁즉독선기신(達則兼善天下 窮則獨善其身)’이라고 표현했다. 인생사는 ‘잘 나가는 때’인 달(達)과 ‘못나가는 때’인 궁(窮)으로 대별된다. 잘 나갈 때는 천하와 더불어 좋은 일도 하지만 못 나갈 때는 혼자 자기 수양하는 데 힘쓴다고 했다. 맹자가 이 말을 한 이유는 궁(窮)할 때를 대비하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궁은 찾아온다. 궁할 때는 고독(孤獨)하다. 인기 떨어지고 돈 떨어지고 권력 떨어지면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 겪어본 사람들에 의하면 그 고독을 견디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한다. 두문동 72현 가운데 한 사람인 서은(瑞隱) 전신민(全新民)은 ‘독수정(獨守亭)’을 지어 놓고 그 고독을 지켰으며,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은 ‘독락당(獨樂堂)’을 지어놓고 고독을 즐겼다. 20대에 자살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독수정’과 ‘독락당’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