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결혼(wedding)이야기

[에세이―박미령] 넷이 하는 결혼생활...배우자의 '내재 과거아'

영국신사77 2007. 2. 14. 13:20
[에세이―박미령] 넷이 하는 결혼생활 ...배우자의 '내재 과거아'




  넷이 하는 결혼생활이라고 하면 그게 어느 나라 풍습이냐고 물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일부다처나 일처다부 제도를 가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두 사람의 성인 남녀가 결혼생활을 영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결혼생활에는 네 사람이 개입된다. 성인으로서의 나와 어린 시절의 나(내재 과거아),그리고 성인으로서의 배우자와 어린 시절의 배우자(배우자의 내재 과거아),네 사람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휴 미실다인 박사는, 어린 시절의 경험은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음 속에 그대로 남아, 좋든 싫든 우리 모두는 그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간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내재 과거아는 부부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자신과 배우자의 내재 과거아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렵다.

 

  예를 들어 아버지 없이 자란 여자아이는 아버지 부재의 기억 때문에 결혼 후 남편에게 아버지 같은 보살핌을 갈구함으로써 심한 정신적 부담을 줄 수 있다. 만약 남편이 어린 시절 부성 결핍이라는 상처를 가진 부인의 내재과거아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는 부담스런 결혼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려 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속되는 내재 과거아로 결혼생활에 임할 때가 있다. 그 형태나 양상은 각 개인이 독특하지만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자신과 배우자의 내재 과거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성인인 아내(혹은 남편)가 배우자의 내재 과거아와 상호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부 서로가 내재과거아의 형태로 마주하기도 하는, 밀도 있는 상호작용이 부부간에는 필요하다.

  실제로 서로 애정을 가진 부부들은 ‘내재 과거아’라는 용어를 알지도 못한 채, 이미 배우자의 내재 과거아를 깊이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우리는 그 행동에 투영된 배우자의 내재과거아를 찾음으로써 그를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상대 배우자를 깨우쳐주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배우자에 대해 극심한 갈등을 느낄 때도, 그 갈등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 내부에 숨어 있는 소아기적인 내재 과거아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미령(수필가,수원대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