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사이드] ‘집단지성’의 시대를 맞으라
지식과 정보를 누구나 공유하는 세상.
바야흐로 ‘집단지성’ 의 시대가 왔다.
자유로운 정보 유통과 공유로,
우리는 새로운 지식 창조자로 태어날 수 있다.
이희국 LG전자 CTO 사장
입력 : 2007.02.09 10:53
- 이희국 LG전자 CTO 사장
-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19년간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에 무려 500여권의 방대한 저서를 집필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의 사상과 정보의 주요루트는 중국을 통해 입수되는 서적들이었고 , 그나마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이 접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산이 귀양 중에도 많은 서적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다산은 그 ‘행운’을 통해 자기 논리로 이론화함으로써 새 지식체계를 만들어내는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지식·사상은 동시대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데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지식을 공유하는 환경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7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다산이 상상하지도 못했을 놀라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최근 10여년 사이의 변화는 인터넷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이 대중화의 길을 걸은 것은 불과 10년 안팎이다. 이제 사람들은 어느 누구라도 구글·야후·네이버 등의 정보 검색 엔진을 통해 세계 곳곳의 수많은 정보를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무제한으로 구할 수 있다. 정보의 질과 양은 다산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하며, 정보를 입수하는 시간도 거의 실시간에 가깝다.
지금도 인터넷은 숨가쁘게 발전하고 있으며, 드디어 웹(Web )2.0의 시대가 도래했다. 웹 2.0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더욱 더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과 정보를 글과 동영상에 담아 표현(publish)할 수 있게 됐다. 소수의 매체들이 아닌 다수의 일반인들도 정보의 생산, 유통에 참여하는 힘을 나누어 가지게 된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창작해 공유하는 UCC, 기존에는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하위 80%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롱 테일(Long Tail), 개방된 서로 다른 기술을 엮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매시 업(Mash-up) 등 웹 2.0은 전혀 새로운 정보 공유의 방식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웹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또다시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집단지성(集團知性·Collective Intelligence)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비록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돕고 있다고는 하지만 단 6명의 정규 직원만으로 운영하고 있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사이트는 집단지성의 가장 성공적인 예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15개 웹사이트 중 하나인 위키피디아는 인쇄 형태의 사전들과는 달리 누구나 언제든지 이 사이트에 들어와 내용을 수정하고 추가할 수 있게 한 새로운 형태의 백과사전이다. 그 자체가 정보 축적과 공유의 장인 셈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되고 있고 전 세계 200개 언어로 그 내용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집단지성의 시대란 어떤 것일까? 지식·정보의 생산자가 따로 없고 그 수혜자 역시 따로 없다.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누구와도 손쉽게 공유되면서 정체되지 않고 항상 진보하는 놀라운 지식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대다.
이러한 때에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 걸맞은 지식 정보의 유통 질서에 관한 문제다. 예를 들면 위키피디아와 같은 집단지성 사이트에 올라오는 지식 정보는 정확하고 편견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정보를 판단하는 개개인의 안목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힘과 견제도 필요할 것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정보들 때문에 국가의 안전과 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국가들이 정부 차원의 검열과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의 문제일 뿐 국가 차원의 통제 노력도 정보에 접근하기를 갈구하는 개인의 욕망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일부 규제는 불가피하겠지만 결국 이 점에 있어서도 규제보다는 부정확하고 불건전한 내용들을 무력화시키는 건전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전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기술 혁신도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쇄국정책으로 일관한 조선은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가로막았다가 근대사회로의 발전 기회를 놓친 뼈아픈 사례가 됐다.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과 공유는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웹 2.0은 그 자체로는 하나의 기술에 불과하지만 점차 우리에게 집단지성의 시대를 더욱 활짝 열어 보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더 큰 탄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음악이나 영화도 내려 받고 나의 의견을 올리거나 새로운 소식에 댓글을 다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집단지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다산이 살아 있다면 너무나도 부러워했을 우리 시대. 이 시대의 일원으로서 지식 창조자가 되어 사회 발전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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