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전] 21세기 되살아나는 공자
최인호 소설가
입력 : 2007.02.02 22:20 / 수정 : 2007.02.02 23:03
- ▲최인호 소설가
- 일찍이 맹자는 그의 스승 공자처럼 왕도정치를 펼치기 위해서 주유천하를 하였다. 그러나 맹자 역시 상갓집의 개처럼 괄시를 받으면서 예순을 훨씬 넘긴 나이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등이란 조그만 나라에서 문공(文公)이 맹자를 초빙하였다.
문공은 전부터 맹자를 사숙하고 있었으므로 맹자를 정치고문으로 삼은 후 맹자에게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할지를 물었다. 이에 맹자는 그 유명한 명제를 다음과 같이 토해낸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이 말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백성들의 경제생활을 안정시켜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백성의 마음인 민심도 다잡을 수 없다는 내용인 것이다. 맹자는 “항산이 있는 사람은 항심이 있고, 항산이 없는 사람은 항심이 없다”고 역설하면서 항심이 없으면 어떤 나쁜 짓이라도 할 수 있으므로 특히 교육에 있어 도덕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20세기의 뛰어난 전략 이론가이자 미래학자였던 허먼 칸(1922~1983)은 70년대 초에 ‘미래의 체험’이라는 저서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혁명적인 미래상품 100가지를 예측하여 이미 95가지를 적중시켰다.
허먼 칸의 미래상품 중 ‘현금자동지급기’와 ‘초고속 열차’ ‘비디오리코더(VCR)’, ‘위성항법장치(GPS)’ 등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예언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21세기에는 서구적 자본주의는 몰락하고 ‘유교적 자본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었다.
허먼 칸은 ‘유교적 자본주의’가 전 세계가 지향해야 할 신(新)경제의 좌표라고 예언하면서 그 이유로 교육을 중시하는 동양적 사고방식, 가족·향토를 중시하는 대가족 개념, 정부와 기업 간의 밀접한 관계, 신뢰와 예의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사회, 윤리를 중시하는 집단적 국가의식, 저축습관, 그리고 강한 유교적 문화의 동질감을 손꼽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허먼 칸의 ‘유교적 자본주의’ 예언은 맹자가 말하였던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안정된 마음도 없다”는 경세지략과 일치하는 것이며, 지금까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점, 인수·합병해야 한다는 패권주의를 초래해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안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와 부익부빈익빈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서구적 자본주의의 폐해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신경제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5일.
우리나라는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세계 제11위의 수출대국이 되었다. 6·25 전쟁을 치른 50년대에는 세계 100위의 수출국에 불과하였던 우리나라가 반세기 만에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무한경쟁의 서구적 자본주의로 계속 질주할 것인가, 아니면 허먼 칸이 예언하였듯 도덕과 윤리로 재무장하여 대가족과 같은 회사와 노동자, 동방예의지국으로 재탄생하여 미래 지향의 유교적 자본주의로 거듭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유교는 버려야 할 낡은 유산이 아니다. 오히려 물려받아야 할 위대한 유산인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공자가 부활하여 교육이념으로 재등장함으로써 신유학(Neo-Confucianism)이 부흥되고 있는 이 무렵, 우리나라에서도 도도한 제3의 물결을 굳이 편견의 둑으로 막으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 공자가 되살아나야 우리나라 역시 살아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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