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2.14 22:33 / 수정 : 2007.02.15 10:25
-
1995년 유고 보스니아내전에 나토군으로 참전했던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세르비아군 대공포를 맞고 추락하면서 조종사 스콧 오그래디가 적진에 고립됐다. 미국은 그의 위치를 찾으려고 공중조기경보기와 인공위성까지 동원했다. 엿새 만에 오그래디가 보낸 라디오 암호 주파수가 확인되자 특수전사령부 160특수작전비행연대 수색구조팀이 출동해 4시간 만에 그를 구출했다. 조종사 한 명 살리는 데 날아간 헬기와 전투기만 40대였다.
▶160특수작전비행연대는 특수전 병력 수송과 구조를 맡는다. 1980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사태 때 구출작전이 참담하게 실패한 뒤 창설됐다. 이 부대 수색구조팀은 지원자들만 받아 1년 넘게 공중낙하, 사막생존술 같은 초인간 훈련을 시킨 끝에 최정예 ‘PJ(Pararescue Jumper·낙하 구조사)’로 키워낸다. 이들은 영화 ‘에너미 라인스’에도 등장한다.
▶베테랑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려면 우리 공군 기준으로 80억원이 든다고 한다. 돈도 돈이지만 각국이 조종사 구출에 온 힘을 쏟는 것은 조종사들이 지닌 작전 능력과 정보가 귀중하고, 생환 여부가 군 사기와 국민의 애국심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조종사용 ‘서바이벌 키트’(생존용 휴대품)부터 세심하게 만든다. 현지 언어 회화집부터 적군에게 뇌물로 줄 금화(金貨)까지 20여 가지가 들어 있다.
▶우리 공군에도 ‘6탐색구조비행전대’라는 전문구조팀이 있다. 1959년 창설돼 목포 여객기 추락사고부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까지 다양한 현장에 출동해 4500명을 구했다. 헬기조종사 2명, 구조사 2명, 정비사 1명이 5인조 한 팀을 이뤄 4개 팀이 지역별로 24시간 대기한다. 그런데 그제 추락한 공군 F16기에서 탈출해 서해에 떠 있던 조종사를 구한 사람은 인근 바다에서 주꾸미를 잡던 어부였다.
▶어부는 “쾅” 소리를 듣고 해경에 전화했다가 조종사 실종 소식을 들었다. 그는 생업을 제쳐두고 30분 넘게 바다를 뒤져 조종사를 건져냈다. 육지에 내려서는 119구조대까지 불렀다. 공군 구조팀은 가장 가까운 기지에서 출동했지만 20분을 날아가느라 한 발 늦었다고 한다. 위치표시 위성 GPS를 지닌 미군과 달리 연막탄을 터뜨리는 수준이라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아무리 그렇기로 어부가 전투기 조종사를 찾아내 구출하다니, 뒷맛이 개운치 않은 미담(美談)이다.
'컬럼 Opinion銘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이근미] 순수와 무공해:컴맹의 피해 (0) | 2007.03.06 |
---|---|
[분수대] 여풍 (0) | 2007.02.28 |
[조선데스크] 노인의 지혜를 활용하라 (0) | 2007.02.17 |
[칼럼 인사이드] ‘집단지성’의 시대를 맞으라 (0) | 2007.02.12 |
[문화비전] 21세기 되살아나는 공자 (0) | 2007.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