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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소프트파워] 상상력으로 승부하라

영국신사77 2007. 1. 29. 00:31
        [정진홍의소프트파워] 상상력으로 승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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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 오늘인 1967년 1월 27일 발사 훈련 중이던 아폴로 1호에서 불이 났다. 그리섬, 화이트, 채피 등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꼼짝 못하고 타 죽었다. 소련과의 과도한 우주경쟁이 빚은 참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의회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 막바지에 한 우주비행사가 소환됐다. 의원들은 그에게서 미 행정부와 항공우주국(NASA)이 소련과의 경쟁에만 집착해 무리한 것이 참사의 근본 원인임을 확인받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진술은 사뭇 달랐다.

  "지나친 경쟁심리에 조급해했고 시간에도 쫓겼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참사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상상력의 빈곤'이다. 우리는 우주공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상상하고 대비했다. 하지만 정작 발사대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문제가 터지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그렇다.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만큼 대처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더구나 오늘날 상상력은 곧 생산력이요, 개인. 조직. 국가의 경쟁력이다. 물론 그 상상력이 생산력이 되고 경쟁력이 되려면, 남들이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상상의 베이스캠프를 칠 만큼 남달라야 한다.

  요즘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두바이'의 리더 셰이크 모하메드는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석유가 바닥나는 재앙적 상황을 상상했다. 그는 다가올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목표를 세웠다. 2011년까지 두바이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0%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목표연도까지는 4년이 남았지만 현재 두바이 경제의 석유 의존도는 채 5%도 되지 않는다. 나라의 먹고살 틀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것도 훨씬 잘살게 말이다. 남다른 상상력을 동원해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킨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지만 실은 우리 선배들도 그렇게 했다. 지난해 나라 안팎이 정치.안보 면에서 지지고 볶으면서도 이뤄낸 3000억 달러 수출은 우리의 선배들이 뿌려 놓은 상상력의 씨앗들이 열매 맺은 결과다. 3000억 달러 수출의 주역인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무선통신기기 등의 약진은 한결같이 지난 시대 우리 선배들의 남다른 상상력이 빚어낸 기적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반도체 메모리 분야의 정상에 서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우리가 조선 최강국이 되리라고, 또 철강.자동차.무선통신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우뚝 서리라고 누가 상상했던가. 하지만 그 시대의 정치.경제 리더들은 그 허허벌판 위에서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은 그때에 꿈꾸고 상상했다. 그 상상력과 비전이 오늘 우리를 이만큼 먹고살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오늘 우리에게는 그 상상력이 고갈돼 가고 있다. 상상력의 빈곤!- 바로 이게 우리 시대 위기의 본질이다.

  대한민국의 상상력 수준을 저하시키는 주범은 다름 아닌 정치다. 생산적인 상상력은 없고 얄팍한 꼼수만 판을 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말 자체이기보다 그 말에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알맹이가 없는 까닭은 국가적 비전을 담은, 오래 숙성된 상상력의 고뇌가 없기 때문이다. 비단 대통령만이 문제가 아니다. 차기 대선의 유력한 후보들조차 벌써 과거 시비에 휩싸여 진흙탕 싸움에 빠져드는 것 같아 보기 딱하다. 진짜 검증받아야 할 것은 과거의 전력이 아니라 미래를 창조해갈 상상력 수준이다. 앞으로 뭘로 먹고살 것인지를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서 구상해 치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상상력 게임, 상상력 경쟁을 해라. 진짜 상상력의 진검승부를 펼쳐라. 그래야 이 나라의 미래가 있다.

                                                                                                                 정진홍 논설위원

 
2007.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