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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의 미학

영국신사77 2007. 1. 14. 16:04
업데이트 : 2007.01.11 18:18:48
                   [에세이―고희경] 앙코르의 미학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면 관객들은 연주자를 향해 앙코르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낸다. 이를 커튼콜이라고 부른다. 웬만큼 들을 만한 연주회에는 두 세 번의 커튼콜이 이어지면 다소 못이기는 척하며 연주자는 준비한 앙코르 곡을 연주한다.

관객들은 이전까지 집중해서 연주에 몰입했던 정신을 조금 풀고 느긋하게 앉아서 연주를 즐기며 연주자는 정규 레퍼토리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만의 장기를 보여주거나 대중음악이나 재즈와 같은 새로운 장르의 곡을 자유로이 연주하면서 스스로도 즐거움을 찾게 된다. 특히 스타급 연주가들의 앙코르는 그 이름에 걸맞게 수준도 높고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화려한 커튼콜은 디바 마리아 칼라스가 195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컴백 무대에서 베르디 오페라 토스카에서 받은 16회의 커튼콜로 알려져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251년 전통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협연 무대에서 8번의 커튼콜을 받아 우리에게 기분좋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내한한 피아니스트 키신의 예술의전당 독주회 공연은 과거의 기록들을 무색하게 했다. 30여회의 커튼콜과 무려 10곡의 앙코르로 이루어진 키신의 ‘스페셜 서비스’는 공연 ‘3부’로 쳐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길게 진행됐다. 베토벤과 쇼팽으로 구성된 메인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기립 박수와 열렬한 환호성은 앙코르가 1시간 반이 넘도록 이어질 때까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앙코르 곡이 거듭될수록 반응은 그만큼 상승했다. 키신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줌마 퍼머 머리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고 객석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는 객석 매니저가 안내 학생들을 모두 동원해 제지하다가 끝내 포기하고 함께 분위기를 즐길 정도로 뜨거웠다.

앙코르는 애초에 약속한 정규 연주 프로그램을 성공적이라는 관객의 호응에 대한 연주자의 대답이다. 본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앙코르를 연주자가 먼저 약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준비한 앙코르 곡이 있어도 커튼콜이 없으면 포기하고 예정된 곡만을 연주하고 무대를 내려와야 한다. 앙코르의 미학은 연주자의 선택이 아니라 관객의 열광으로 완성된다.

고희경(예술의전당 교육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