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김기철 출판팀장 kichul@chosun.com
입력 : 2007.01.05 21:10
- ▲김기철 출판팀장
- 유태계 미국시인 찰스 레즈니코프가 1918년 첫 시집을 냈습니다. 당시 미국 최고 시인은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이었습니다. 레즈니코프는 이 대가의 격려를 받고 싶어 시집을 보냈답니다. 레즈니코프가 어느 날 서점에 들렀을 때, 로빈슨이 들어왔습니다. 서점 주인이 레즈니코프의 시집을 가리키며 “이 젊고 유망한 시인의 작품을 읽어보셨냐”고 물었지요. 로빈슨은 냉담했습니다. “읽었네. 쓰레기더군.”
폴 오스터가 풋내기 시절이던 1974년 레즈니코프 작품론을 잡지에 기고했습니다. 훗날 ‘뉴욕 3부작’ ‘빵굽는 타자기’로 이름을 얻은 미국 작가입니다. 오스터는 레즈니코프에게 이 평론을 보냈습니다. “자네가 보내 준 그 글 말인데….” 레즈니코프는 오스터에게 먼저 어머니 얘기를 합니다. “하루는 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어머니에게 다가오더니, 상냥하게 어머니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칭찬했지. 어머니는 머리카락이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그 낯선 사람의 칭찬 덕분에 어머니는 그날 온종일 거울 앞에 앉아서 머리를 매만지고 치장하고 감탄하면서 시간을 보냈지. 자네 글도 나에게 꼭 그런 역할을 해줬어. 나는 오후 내내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칭찬했었네.” 오스터는 “로빈슨이 지금 어디에 있든지 그곳에서 그가 받는 대우는 레즈니코프가 받고 있는 대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게 분명하다”고 썼습니다. 그의 에세이집 ‘왜 쓰는가’(열린 책들)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작년 말 국내에 번역된 ‘아부의 기술’ 저자 리처드 스텐겔 타임지 편집장은 ‘아부의 달인’ 답게 그제 새벽 전화를 건 후배 기자에게 “당신 정말 인터뷰 잘하는 기자야”라고 치켜세웠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요. 주위 사람을 칭찬하는 일로 올 한 해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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