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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용감한 이유, 뇌 속에 있었다?

영국신사77 2007. 1. 10. 14:37

   [김종성 교수의 腦 과학 이야기]

                           아줌마가 용감한 이유, 뇌 속에 있었다?

바람만 불면 날아갈 듯 하던 여성도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 금세 당당한 아줌마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약간 살이 쪄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나이를 먹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년 아줌마의 진정한 ‘파워’를 만들어내는 비밀은 뇌 속 변화 때문일지 모른다.

영국 리치먼드 대학 킨슬리 박사는 새끼를 낳고 기른 적이 있는 엄마 쥐들과 그런 적이 없는 처녀 쥐들을 각각 불이 밝게 켜진 넓은 방에 넣고 반응을 살펴보았다.

어둡고 은폐된 곳을 좋아하는 쥐 입장에서 이런 환한 환경은 공포스런 상황이므로 처녀 쥐들은 모두 한 구석에 꼼짝 못하고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미 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빠져 나갈 길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용감한 어미 쥐의 행동은 출산 이후 공포와 관련된 신경호르몬의 양이 쥐의 뇌에서 줄어든 사실과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엄마가 됐다는 사실이 신경호르몬을 매개로 연약한 여성에게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한편 임신과 출산은 엄마의 공간지각능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여러 실험에서 처녀 쥐에 비해 새끼를 낳고 길러본 엄마 쥐는 미로 찾기를 더 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새끼 한 마리를 기른 쥐보다 여러 마리를 길러 본 쥐가 이를 더욱 잘한다. 그 비밀은 새끼를 출산하거나 젖을 먹일 때 뇌 안에서 증가하는 옥시토신에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었다.

일본 오카야마 대학 토미자와 교수 팀은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처녀 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사해 보았다. 그러자 그 쥐는 미로 찾기 능력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옥시토신의 반응을 저해하는 물질을 함께 주입했더니 그 능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옥시토신은 어떤 방식으로 엄마 쥐의 머리를 좋게 하는 것일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토미자와 교수 팀은 해마 조직 절편에 옥시토신을 가해 보았다. 그러자 뇌의 해마에서 CREB이란 물질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CREB은 뉴욕 대학 툴리 교수 팀이 발견한 기억 관련 물질로, 실험에 의하면 CREB을 약화시킨 실험 동물은 기억력이 떨어지고 강화시킨 동물은 기억력이 향상된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옥시토신은 엄마 쥐의 기억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 같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새끼를 낳거나 기를 때 엄마 쥐가 용감해지고 머리가 좋아져야 하는 진화론적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오랜 임신과 출산 때문에 영양실조 상태에 빠진 엄마가 새끼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은 엄마의 용기와 기억력을 향상시켜 먹이 찾기에 유리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데 자연이 준 선물을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 수컷 쥐에서는 옥시토신이 성행위를 한 직후 증가한다. 미시간 대학교 브리드러브 교수의 견해에 의하면 수컷 뇌에서 증가하는 옥시토신은 암컷의 경우와는 달리 사교적 기억 혹은 사랑의 기억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옥시토신이 생길 수 없도록 유전적 조작을 가한 수컷 쥐는 자신과 교미한 암컷 쥐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교적 기억은 해마가 아닌 편도체에서 주로 담당하므로 옥시토신이 작용하는 부위는 암수에서 각각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옥시토신은 남자에게는 ‘사랑의 호르몬’, 여자에게는 `두뇌의 호르몬’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노인성 건망증 혹은 알츠하이머병 같은 기억력 감퇴 질환의 치료에 옥시토신이 사용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제까지의 실험은 쥐를 사용한 것이었으므로 이런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이다.

뿐만 아니라 옥시토신은 뇌 안에 직접 주사를 해야만 효과가 있으므로 당장 우리에게 사용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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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 2007.01.09 16:19 입력 / 2007.01.09 17:12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