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결혼 25주년이었다 처음엔 문화적, 성격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많았고
목회하면서 힘 들때 남편을 원망하면서 짜증도 냈었는데
어느덧 25년을 함께 살아 온 것이다.
결혼 기념일이라는 말에
친구는“아직도 그 남자랑 사냐?”는 농담을 하면서
요즘은 결혼기념일이라면 “몇 번째 남자와?”라고 묻는 것이 예의란다.
농담이긴 하나
사별 못지않게 이혼이 많은 세태라
목사님들이 가정에 관한 설교를 하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운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
50주년의 금혼식은 기약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25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 되어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좋은 사람들과 식사하는 은혼식은 꼭 하리라고 생각했었다.
마침 목회자들의 휴일인 월요일이라
아이들도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딸아이는 워커힐 가서 식사를 하겠냐, 1박을 하겠냐
아니면 임희숙 리사이틀을 가겠냐며 여러 가지 제안을 하는데
남편은 어제가 배재출신 목회자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라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단다.
아빠가 모교인 배재를 특별히 사랑하는 것은 알지만
은혼식을 무산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딸에게
“사회생활하는 남자의 일을 가정에서 막으면
‘사랑과 야망’의 미자 같이 되는 거야.
결국 아빠가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하거든.
그리고 워커힐 비싼데 가서 자다가
새벽기도 하러 오려면 3시에는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더 피곤하지.
나중에 시간 내서 가족끼리 식사하자”고 설득하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밤에 케익에 촛불을 켜고
“결혼25주년을 축하해요
25년 동안 행복한 가정 속에서 저희들도 키워 주시고...
좋은 부부의 모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0주년엔 꼭 [지중해]여행을 보내줄게요”라는 딸아이의 글과
“실제 아이는 둘에 불과 하지만
정말 수 많은 영적 자녀를 양육 해 오신
지난 25년!
50주년엔 조국의 아비,
75주년엔 열방의 어미가 되어 계실 부모님의 날들을 기대합니다
It's just beginning! 사랑해요”라는
아들의 글을 쓴 카드를 전해 주었다
남편과 함께 배목회모임에 참석하고 오는 길에
88도로를 지나면서
남편은 은혼식기념 드라이브로
세계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한강야경을 즐기란다.
정말 한강은 아름다왔고
은혼식을 위한 만찬도, 선물도 없었지만
처음 결혼한 남편과 함께 25년을 살아왔다는 것이
특별한 은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기도 준비를 하고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남편에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나도 아무 선물 준비 안했어.
내가 제일 큰 선물이지?”하니
‘그럼’하며 어깨를 감싼다.
나는 “고마워요
우리 앞으로 25년도 힘차게 삽시다”하며
물질은 풍부해도
외로움에 황폐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더 나은 배필[better half]을 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올려드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