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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본사, 지방 이전 필요하다

영국신사77 2007. 1. 3. 13:14
김경 계명대 교수 경영학
입력 : 2007.01.02 23:2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1/02/2007010201464.html
            [독자 칼럼] 대기업 본사, 지방 이전 필요하다

  • ▲김경 계명대 교수 경영학
  • 한국수력원자력이라는 공기업의 본사를 서로 자기 동네에서 가까운 곳으로 유치하기 위해 경주시민들이 동서로 분열되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도 처음엔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 곰곰 생각해 보니, 영세 지방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비애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어느 정도 동정이 가는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폭력을 동반한 과격한 의사표시를 용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기업 본사 하나를 유치하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서울사람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변변한 기업 하나 없는 낙후된 지역에 사는 주민들로서는 거의 천 명 가까운 직원이 근무하는 대기업의 이전은 순수 경제적 효과를 떠나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좁은 땅덩어리의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95% 이상이 본사를 서울에 집중하고 있다.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가 심각한 줄은 모두들 알지만 그걸 해소하려는 노력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우량 대기업의 상징인 MS, 보잉, 코카콜라 등의 본사가 정치 혹은 경제의 중심인 워싱턴DC나 뉴욕에 위치하지 않고 각각 시애틀, 다코마, 애틀랜타 등의 도시에 분산되어 있어, 각 지역이 고루 발전하고 있고 그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을 북돋아 주고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 대기업 본사가 수도 서울에 몰리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앙집중 경제체제하에서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위해서, 혹은 정보와 인재가 몰려 있기 때문에 우수한 자원확보의 차원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와 지방화가 진전된 요즘에 와서는 그러한 이유들이 설득력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오면, 결국 그 곳으로 정보와 인재가 분산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업이 기존의 틀을 깨고 과감하게 그러한 행동을 먼저 시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근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집값 폭등도 같은 시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최근의 단기적인 폭등은 현 정부의 정책적인 실패를 주요한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서울과 지방의 집값 차이는 좋은 직장을 찾아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젊은 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야심 차게 시도되고 있는 행정수도와 공기업의 지방이전이란 핵심 정책도, 결국 대기업 본사의 지역 분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