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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은 오전·해질녘에 오신다

영국신사77 2006. 12. 28. 13:02
              ‘지름신’은 오전·해질녘에 오신다


그녀가 또 질렀어요
인터넷 쇼핑객은 밤 11시 이후 홀려
 
 

12월 12일 오전 11시 C클렌징화장품 세트(9만5040원), 18일 오후 5시 참마 분말 세트(6만5550원), 19일 오후 7시 H스팀청소기(10만5000원)….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양희(41·서울 중계동)씨의 이번 달 홈쇼핑 명세서다. 김씨는 “화장품과 청소기는 그럭저럭 필요해서 요긴하게 쓰는데, 마 가루는 우유에 타 줘도 남편이 잘 먹지 않아 괜히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유행하는 표현을 쓰면, 김씨에게 ‘지름신(神)’이 강림해서 마를 산 것이다. 지름신이란 ‘지르다’와 ‘신’이 합쳐진 인터넷 용어로, ‘소비자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도록 홀리는 것’을 뜻한다. 과거 지름신은 대개 백화점과 같은 매장에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요즘 지름신은 인터넷, 홈쇼핑 등을 타고 침투한다. 그것도 낮, 밤 구분 않고 수시로 여성들에게 다가온다. 지름신이 구체적으로 언제, 누구에게, 어떤 상품에 강림하는지, 삼성카드 사용자의 TV홈쇼핑·인터넷쇼핑 결제내역을 통해 분석해봤다. 지난 11월 5일부터 25일까지 3주일 동안 200여만건의 결제를 대상으로 홈쇼핑은 여성 소비자만, 인터넷 쇼핑은 남녀 모두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홈쇼핑 지름신은 오전·해질녘 온다

직장에 나가는 남편들은 평일 오전 집에 전화를 걸어 부인이 지름신에 잡히지 않도록 지원해 줘야 할 것 같다. 남편과 자녀가 집을 비운 오전 9~11시 홈쇼핑 구매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집에 돌아오기 직전인 오후 5~7시도 주부들이 홈쇼핑을 많이 하는 ‘위험한 시간대’다. 전체 홈쇼핑 구매건수의 28% 이상이 오전 9~11시와 오후 5~7시에 집중된다. 연령별로는 20대는 오후 1~3시, 30·40대는 오전 9~11시, 50·60대는 오후 5~7시에 홈쇼핑을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홈쇼핑 업체들도 시간대별로 다르게 판매상품을 구성해 지름신을 재촉한다. GS홈쇼핑 신진호 과장은 “주부들이 주방 일을 마치고 편하게 기대 앉은 시간엔 집안 일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스팀 다리미, 그릇 세트, 소형 가전을 집중 편성한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기 직전인 오후 5시 전후 보양식품·건강식품이 방송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름신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가족에게 뭔가 특별한 걸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주부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야간에 네티즌을 홀리는 지름신

남녀 인터넷 쇼핑객들에게 지름신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때는 늦은 밤 이후. 인터넷 쇼핑을 하는 네티즌의 17.8%가 밤 11시 이후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여 쇼핑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0대 중 20.1%가 밤 11시 이후에 인터넷 쇼핑을 즐겼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기능성 신발을 파는 박모(34)씨는 “밤 11시가 넘으면 인터넷 쇼핑몰에는 큰 장이 선다”면서 “야간 쇼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이 시간대에 인터넷 쇼핑몰에선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점심 직후 나른한 오후(1~3시) 직장인들도 지름신의 공격 대상이다. 이 시간대 인터넷 쇼핑 비중은 13%. 인터넷 쇼핑몰들에겐 식후 직장인들의 무뎌진 감각을 유혹하는 ‘뚝 잘라 반값세일’ 식의 갖가지 할인 행사가 벌어진다.

조선일보
김정훈기자
run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