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2.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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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건설부와 포항제철이 제2제철소 입지를 놓고 맞섰다. 건설부는 충남 아산만, 포철은 전남 광양만을 주장했다. “건설부 사람들이 아산 쪽에 땅을 많이 갖고 있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안기부가 나서 아산만과 광양만 일대 토지 소유 현황을 샅샅이 조사했다. 광양만은 깨끗한 반면 아산만은 의혹이 생길 만한 결과가 나왔다’(박태준 회고록). 대통령은 포철 손을 들어줬다.
▶어느 국회의원이 얼마 전 문화부 산하 5개 공공기관 감사(監事)의 판공비 내역을 분석했다. 한 감사가 판공비로 산 ‘문화예술 자료’는 ‘영어 동요’ ‘ABC영어 동화’ 같은 어린이 책과 ‘식객’ ‘미스터 초밥왕’ 같은 만화였다. 대부분 감사들이 여당 의원 출판기념회 화분 값, 청와대 직원 조의금·축의금을 판공비로 댔다. 한 달 ‘조사분석비’ 360만원을 모두 밥 사먹는 데 쓴 사람도 있었다.
▶내일 퇴직하는 산자부 이경호 서기관(59)이 30년 공무원생활 동안 보고 겪은 공직사회 치부를 ‘과천블루스’라는 책에 낱낱이 담았다. ‘건교부 장관이 판교 신도시 계획을 내놓던 날 동료 사무관으로부터 건교부 직원들이 이미 5년 전에 판교 땅을 사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교부가 연구기관 보고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개발 정보가 퍼지고 직원들은 친·인척에게 그 정보를 알려 줘 땅을 사게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가라(가짜) 공문’에 따라 집행되는 공무원 판공비와 출장비가 한 해 수백억원은 될 거라고 했다. ‘어느 차관은 1000원이면 될 명패를 만들면서 공무에 바쁜 직원을 불러 글씨체는 효자동에서 받아오고 나무는 캐나다산, 글자는 자개를 쓰라고 잔심부름을 시킨 뒤 대금 200만원은 공금으로 처리했다.’ 적지 않은 국책 은행이 평균 연봉 6000만원을 넘는 ‘신이 내린 직장’인 것은 ‘이기적인 재경부 장·차관들이 퇴직 후 이 은행들에서 근무하려고 고임금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대통령은 얼마 전 “혁신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다. 학계나 어떤 기업보다 성공적이고 우수한 혁신 모델이 정부에서 생산돼 보급되는 게 멀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무역위원회에서 한·미FTA 대책 수립에 골몰하는 사람에게 혁신 과제를 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현 정부의 혁신은 우수마발(牛?馬勃·소 오줌과 말 똥) 혁신이다’고 썼다. 겉도는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 이래저래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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