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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위에 CFO

영국신사77 2006. 12. 27. 20:31
                        CEO 위에 CFO

• 美100대기업 CEO중 CFO출신 20% 재무 전문성에 비즈니스 마인드 겸비 투자결정 등 기업사활 건 중책 맡아


발행일 : 2006.12.23 / BZ8 B8 면 기고자 : 이진 나지홍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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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액센츄어 글로벌파트너

나지홍 경제부 기자




2000년 56억 달러(약5조2000억원) 적자에서 2001년 25억 달러 흑자전환. 그리고 1조4000억엔(약11조원)에 달했던 악성부채 전액 변제.

흔히 닛산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경영성과다. 닛산의 부활은 누가 주도했을까? 카를로스 곤 회장이라고 답한다면 절반만 맞힌 셈이다. 나머지 절반의 숨은 주역은 ‘닛산 서바이벌 플랜’을 기획하고 실행한 르노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티에리 무론게(Thierry Moulonguet)다.

파리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프랑스 재무부 공무원을 지낸 무론게. 그는 르노그룹을 거쳐 1999년 6월 닛산자동차 이사로 취임했고, 1년 후에 부사장 겸 CFO로 승진했다. 그는 엄격한 투하자본수익률(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세후 영업이익을 평균 투자자본으로 나눈 것)을 적용해 닛산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뜯어고쳤다. 예컨대 투하자본수익률이 14%를 넘지 못하는 신차(新車) 개발프로젝트를 폐기시키기도 했다. 1유로당 100엔까지 엔화가치가 상승하더라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사업만 존속시켰다. 자산운용에도 투하자본수익률 개념을 적용해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자산이나 사업은 과감히 매각했다.

CFO의 역할은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의 부활에서도 빛을 발했다. 노키아는 1980년대 말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급기야 사장이 경영난을 못 이기고 자살하는 사태로 치달았다. 이때 경영 전면에서 회사를 되살린 사람은 당시 젊은 CFO였던 요르마 오릴라(Jorma Ollila) 현 회장이었다.

1992년 CEO에 취임한 그는 물류비용을 비롯한 각종 누수 비용을 찾아내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섰다. 오릴라 회장은 CFO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무·제지·펄프·타이어·가전제품·PC사업에 대한 매각과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이동통신단말기와 정보통신 인프라 부문에 집중했다.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힘입어 노키아는 현재 판매 가격을 경쟁업체들보다 50% 낮춰도 끄떡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튼실해졌다.



■금고지기에서 제2의 CEO로

앤디 브라이언트(Andy Bryant)는 1994년 인텔의 CFO가 됐다. CFO로서 그의 역할은 특이하다. CFO의 통상적인 업무인 재무제표 감독이나 자금조달 등의 업무는 직접 챙기지 않고, 오히려 IT(정보기술)나 HR(인적자원관리)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일상적인 재무업무는 부사장에게 넘겨줬다. 브라이언트는 “내 역할은 비용절감이 아니라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라며 “재무팀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금고지기(Treasurer)로 인식됐던 CFO의 위상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CFO들은 경리부장이나 재무부장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본배분이나 투자의사결정, 구조개혁 등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CFO들이 구매·생산·개발·마케팅 등 재무 이외의 부문에서 원가절감에 나서는 것은 기본업무에 속한다. 이제는 기존 CEO(최고경영자)의 영역이었던 M&A(인수·합병)나 신사업 검토, HR 등 일선 경영으로까지 CFO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제2의 CEO(Deputy CEO)’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2000년 반도체를 제외한 재료비 비중(매출액 대비 재료비)이 65.1%로 1997년에 비해 8.5%포인트나 높아졌다. 표준화된 재료 구매 기준 없이 재료별로 구매비가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재료 중 파워코드는 1900종, 리모컨은 1800종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최도석 CFO 주도로 개발팀장·구매팀장·마케팅팀장 등 담당자들을 소집, 부품 표준화와 공용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2000년 59만4000개였던 부품 수는 2004년 말 22만3000개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재료비 비중은 6%포인트 절감됐다. 절감된 재료비는 삼성전자의 전체 연구개발비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LG전자는 권영수 CFO(LG필립스LCD 대표 내정) 주도로 휴대전화의 디자인까지 바꿨다. LG전자의 휴대전화사업은 유럽에서 100유로짜리를 팔면 3유로가 남는 수익구조였다. 그런데 애프터서비스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심한 경우 나사 하나 갈아주는 데 1.25유로가 들어간 적도 있었다. LG전자는 결국 애프터서비스 비용 증가의 주범인 나사를 제거한 휴대전화 신제품을 개발했다. CFO가 서비스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품 제조부터 판매까지 비용요소를 면밀히 조사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액센츄어가 최근 7개국 170여 개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내부 업무 관리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질문에 63%가 CFO라고 답했다. CEO라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기업의 내부 조직관리에 있어 CFO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영해결사로 나서는 CFO

CFO들이 CEO로 승진해 경영을 총괄 지휘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햄버거 체인기업 웬디스 이사회는 지난달 10일 공석이었던 CEO에 케리 앤더슨(Kerri Anderson) CFO를 지명했다.

그녀는 재무능력뿐 아니라 웬디스의 혁신을 주도한 실무 운영 경험으로 CEO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다. 지난 4월부터 임시 대표를 맡아온 앤더슨은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 바자후레시멕시칸그릴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등 웬디스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적임자라는 신뢰감을 이사회에 심어주었다.

유통업체 K마트는 2003년4월 파산절차 종료를 앞두고 재무전문가인 줄리안 데이(Julian Day)를 CEO에 전격 임명했다. 데이는 2002년 K마트에 합류하기 전까지 시어스에서 부사장 겸 CFO로 4년간 일을 했다. 또 북미지역 2위 식품 도매업체인 세이프 웨이의 CFO도 역임했다.

미 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100대 기업의 CEO 중 20%가 CFO 출신이다. 메릴린치의 CEO인 스탠리 오닐을 비롯, 화이자의 헨리 맥키넬·GE(제너럴모터스)의 리차드 와고너·록히드 마틴의 로버트 스티븐스·할리데이비슨의 제임스 지머·펩시콜라의 인드라 누이·콘티넨탈항공의 로렌스 켈너·싱가포르텔레콤의 추아 속 쿵 등이 모두 CFO 출신이다.

10년 전 헤드헌팅 업체들은 엔지니어링·마케팅·영업 등의 배경을 지닌 CEO 후보들을 선호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무전문가가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CFO 출신이 각광을 받는 것은 자금의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재무적인 전문성뿐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회사의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재무경영의 확산도 CFO 인기상승의 한 요인이다. 지난 10년간 닷컴붕괴·분식회계스캔들·경기후퇴 등으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기업들이 점점 더 재무적 관점의 기업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규제가 심했던 산업인 유틸리티산업과 항공·금융 등 분야에서 재무통 CEO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정부가 제시한 틀에 맞춰 사업을 하면 됐지만, 지금은 규제완화로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통신·에너지 등 유틸리티산업의 경우, 매년 재투자해야 할 돈보다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남는 현금의 전략적 활용이 CEO의 중요한 의사결정과제가 됐다. 항공업체들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정책·비용절감·구조조정 등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계사이면서 전략가 돼야

매출성장 위주의 외형중시 경영에서 수익성 중시 쪽으로 경영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CFO의 역할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재무지표만 관리하던 CFO가 지금은 계량화하기 힘든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평가해 지표화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독일 미디어회사 버텔스만의 CFO 쉬크프리트 루터는 “유능한 CFO는 절반은 회계사로서, 나머지 절반은 전략가로서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앤디 브라이언트 인텔 CFO도 “CFO는 기업인수·IT·준법 등 특정 분야에만 치우치면 안 된다”면서 “너무 돈을 아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분야를 조망하면서 주주가치라는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CFO는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폭 넓은 시야를 갖춰야 한다. 특정 부문만의 혁신만으로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구매·서비스·마케팅 등 경영의 전 부문에서 총비용을 절감한다는 시각이 필요하다. CEO가 대외 업무를 비롯한 R&D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CFO는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역할에 충실할 때 기업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블로그)jhr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