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는 상상력을 자극해요` [중앙일보]
세계 명언·속담·격언집 펴낸 이동진 전 나이지리아 대사
30여 년간 8개국을 누비며 외교관 생활을 하는 동안 명언이나 속담, 격언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책까지 내게 됐다고 한다. "연설을 하거나 부임국 관계자들과 교분을 나눌 때 그 나라의 속담이나 격언을 인용하면 친근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처음 관심을 갖게됐어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훌륭한 재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죽음이나 인생, 용기 등과 관련된 주옥같은 구절을 대하다 보면 절로 철학적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이지리아 대사로 부임한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영어와 일본어,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는 프랑스어 실력을 십분 발휘해 명언.속담.격언을 모은 각국 원서를 통독했다. 고등학교(소신학교) 시절 배웠던 라틴어도 큰 도움이 됐다. 외교관 시절 가장 좋아했던 격언 중 하나는 애주가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로마시대 학자 대(大) 플리니우스의 '술 속에 진리가 있다(In Vino Veritas)'. "술을 마시는 가운데 비로소 상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뜻이지요. 술이 아무리 취해도 절대로 상대방에게 속내를 드러내면 안되는 외교관으로서 피부에 절실히 와닿던 말이었습니다." 그는 이 책을 내면서 느꼈던 보람 중 하나로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명언이나 속담의 뜻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했다. "괴테가 죽을 때 '더 많은 빛을!'이라고 했다고들 하지요. 그가 진리의 빛을 갈망한 것으로들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가 누워있던 방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창문을 활짝 열어달라고 한 말이었습니다." 또 있다. 나폴레옹이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어느 백작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이 내게 '그건 가능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런 말은 프랑스어가 아니다"라고 한 말이 와전된 것이란다. 이 전 대사는 평소 친분을 맺어온 노숙자 무료진료기관인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을 돕기 위해 월간지 '착한 이웃'도 발행하고 있다. '세계의 명언' 판매 수익의 절반도 요셉의원에 기부할 계획이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 이동진 전 대사=서울대 법대 졸업 후 외무고시에 합격, 벨기에 공사와 주 나이지리아 대사를 지냈으며 2000년 본부대사를 끝으로 외교관 생활을 마쳤다. 1970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뒤 18권의 시집을 내는 등 시인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해누리 대표다. |
2006.1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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