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Opinion銘言

“공공택지선 ¼아파트값도 가능”

영국신사77 2006. 12. 18. 12:39
“공공택지선 ¼아파트값도 가능”
‘반값 아파트’ 분양제 이론적 제안 住公 주택도시硏 원장 “차분한 토론 거쳐 대안으로 제시돼야 수요 분산시켜 집값 떨어뜨릴 것”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 임대부 분양주택 제도를 처음으로 제안한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원장은 “ 일부 지역에서는 ‘반값’이 아니라 시세의 4분의 1 가격에도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박 원장은 작년 8월 ‘토지 및 주택공급 방식의 다양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의 도입을 주창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값 아파트’를 공약화하면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데 이어 열린 우리당 부동산특위도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반값 아파트가 선거용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선거쟁점으로 부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인 만큼, 학계·시민단체가 토론을 거쳐 정책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소유권이 없다면 ‘반쪽 아파트’ 아닌가?

“소유권은 반쪽이지만 아파트는 전부 다 사용한다. 거주하는 데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주거문화를 소유에서 거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반값 아파트의 원조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원조는 누구인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디어가 아니다. 유럽과 유럽국가의 식민지 경험이 있던 국가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19세기 말 도시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 서민들의 주거난이 심각해졌다. 일부 국가의 자치단체들이 주거난 해결책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서민 주거 대책인가?

“스웨덴 스톡홀름의 76%가 토지 임대부 주택이다. 서민들만 살겠는가. 호주의 행정수도 캔버라도 토지임대부 제도로 건설된 도시이다. 토지임대부가 산업시설에 적용되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원래부터 국유지 비율이 높았던 나라 아닌가.

“유럽국가들도 처음에는 갖고 있던 국유지·시유지를 팔았다. 그러나 인구가 늘면서 도로를 뚫고 주택을 지으려 하자 토지보상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미리 땅을 사두면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는 데 착안, 토지를 사들였다. 정부가 미래에 필요한 땅을 돈을 주고 미리 사두는 비축개념이다.”

―재정 부담이 너무 큰 것 아닌가?

“10년, 20년 후에 사용할 땅을 미리 싸게 사두면 미래의 재정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둔 땅을 임대료를 받고 제공하면 재정부담도 크지 않다. 토지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금융기법도 많이 발전해 있다.”

―주택을 가장 중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토지 임대부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선택의 문제다. 토지임대부도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환매제한기간(10년) 내에는 집을 되팔 때 정부에 팔아야 한다. 하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시중에서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수 있다.”

―열린 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환매조건부 방식과의 차이는?

“외국에서는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방식은 몸통이 하나인 제도이다. 외국의 환매조건부는 10년 내에 되팔 경우, 무조건 공공기관에 팔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열린우리당의 환매조건부는 영원히 시세차익 자체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매조건부보다 재테크도 가능한 토지 임대부를 더 선호할 것이다. ”

―기존 아파트 가격을 오히려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수요를 분산시켜 기존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다. 판교신도시에서 보듯이 비싸게 주택이 공급돼서는 집값 안정 효과가 없다.”

―연구원에서 건축비를 평당 500만~600만원으로 산정했다. 건설업체의 폭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하주차장 설치비용과 기타 가산비용을 포함하면 550만원 정도는 들어야 한다. 토지임대부가 싸구려 주택이 아니라 고급으로 지어야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 ”


박헌주는 누구
박헌주(朴憲注) 주택도시연구원장(56)은 건국대학교·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토연구원에서 25년간 주택·국토 분야를 연구했다. 1989년 집값 폭등기에 국토연구원장으로부터“유럽의 주택시장을 연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로 유학갔다. 박사학위 논문은‘스톡홀름시 토지임대제도와 한국의 토지구역정리사업의 비교 연구’. 박 원장은“귀국 후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을 제안했지만 당시에는 좌파적 정책으로 폄하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학봉기자기자(hbcha@chosun.com) 허영한기자기자(younghan@chosun.com) 입력 : 2006/12/17 22: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