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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는 미쳤는가?

영국신사77 2006. 11.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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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훈기자의야구 이야기

                      보스턴 레드삭스는 미쳤는가? 

                                     2006-11-17 10:23

  5천1백만 달러.

  마쓰자카를 차지하기 위해 보스턴 레드삭스가 세이부 라이온스에 지불한 돈입니다. 얼마 전 보스턴 프런트에 합류한 앨런 베어드 씨가,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 단장 시절 선수단 전체에게 지불한 연봉보다 많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베컴을 레알 마드리드로 보내며 받은 돈보다도 많은 돈입니다.

  축구와 야구의 시장 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더욱 사람을 황당하게 만드는 액수이지요.
과연 '합리적 경영'을 강조해 왔던, 그래서 '악의 제국' 양키스와 차별화를 시도했던 레드삭스가 미친 걸까요?

 

  제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1. '돈벼락'을 맞고 있는 MLB

 

  월드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구단주와 선수노조 사이에 새 단체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로써 2011년까지 메이저리그는, 16년 동안의 '무분규 시대'를 즐기게 되었지요. 1972년부터 95년까지 무려 여덟 번의 노사 분규에 시달려 왔던 걸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MLB가 엄청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 노조의 파업으로 월드시리즈가 취소됐던 지난 94년, 메이저리그의 총이익은 약 17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나 올시즌은 5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2년 만에 3배 가까이 파이가 커진 거죠. 과거에 말도 안되는 생트집 잡기로 여러차례 선수들을 자극했던 구단주들도, 이제 선수들과 이익을 나누는 방법을 마침내 배운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새 단체협약입니다.

 

  구단들이 쓸 돈이 늘어나면, 당연히 선수들의 몸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시카고 컵스가 아라미스 라미레즈와 연평균 1500만 달러에 새 계약을 맺었지요. 라미레즈가 뛰어난 3루수이긴 합니다만, '테하다와 라미레즈 중에 누가 더 나은 선수냐'라고 물어본다면, 라미레즈의 손을 들어줄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불과 2년 전, 테하다는 연평균 1200만 달러에 볼티모어와 계약했지요. 2년 사이에 MLB의 '선수 물가'가 이렇게 뛴 겁니다. MLB의 향후 사업 전망이 창창하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몸값 인상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수요-공급 I : 이제 가난한 구단은 없다

 

  부자 구단의 이익을 가난한 구단도 나눠 갖는 제도 : 즉 '이익 공유제 Revenue Sharing System'는 지난 2002년 MLB 노사 단체협약의 핵심사항이었습니다.

 

  시행 4년 만에 '이익 공유제'는 전력 평준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올시즌의 경우, 가장 시장 규모가 작은 밀워키나 캔자스시티 같은 팀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약 3천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밀워키의 경우, 과거 같으면 에이스 벤 시츠를 FA가 되기 전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했을 겁니다. 장기 계약으로 잡아둘 돈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젠 다릅니다. 이익 공유제로 생긴 추가 자금을 풀면 됩니다. 벤 시츠는 4년간 3천8백만 달러의 조건으로 2009년까지 밀워키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밀워키의 사례는 다른 모든 '가난뱅이 구단'들에도 적용됩니다. 모든 팀들이 핵심 선수, 특히 특급 에이스 투수를 고액 장기계약으로 묶어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 MLB의 '특급 에이스들' 중 요한 산타나, 크리스 카펜터, 로이 할러데이, 브랜든 웹, 로이 오스월트, 제이크 피비 등 대부분이 2009년 이후까지 장기 계약으로 원소속팀에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과거에 양키스, 보스턴, LA 다저스 같은 부자 구단들은 FA로 풀린 에이스들을 사 와서 막강 로테이션을 구축했지요. 이제 그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진 겁니다. 

 

  한마디로 '에이스 시장'에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거죠. 당연히 상품 가격은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마쓰자카는, 야구에 대한 '전통적 관점'과 통계적 분석을 중시하는 '새로운 관점'의 견해가 일치하는 몇 안되는 케이스입니다. 한마디로 '초특급 에이스'이지요. 최소한 '로이 오스월트급', 잘 하면 '로저 클레멘스급'이라는 평가입니다. 향후 3년 동안 이런 물건은 다시 시장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프리미엄이 붙을 만도 하지요?

 

 

                    3. 수요-공급 II : 치솟는 입장권 가격

 

  MLB의 로고가 붙은 모든 공식 상품에 대한 이익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공평하게 나눠 갖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일본에서 마쓰자카의 보스턴 유니폼이 몇백만 장이 팔린다 해도, 보스턴 구단에 특별히 더 유리할 게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보스턴은 '마쓰자카 마케팅'을 할 여지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 시즌까지 307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쓰자카를 영입한다고 해서 관중수는 더 늘어날래야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미 보스턴 지역 언론이 '마쓰자카 신드롬'에 열광하고 있는 상황.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한 팬들의 욕구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레드삭스 구단은 이 팬들의 '경기에 대한 수요'를, '입장권 가격 인상'으로 연결하면 됩니다. 실제로 레드삭스 구단은 마쓰자카 포스팅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어제, 스카이박스와 덕아웃 바로 옆 자리 등 이른바 '특석'들의 가격을, 3%에서 5%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싼 티켓을 많이 팔기'와 '적은 수의 티켓을 비싸게 팔기' 중에 무엇이 더 이익일까요?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후자라고 합니다. 오클랜드가 새 구장의 규모를 우리나라의 잠실 구장과 비슷한 3만석 정도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 주제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 보겠습니다.) 여기에, 보스턴 구단은 입장권만 가지고 또 한번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암표'이지요.

 

  외국에서는 우리와 달리 암표가 불법이 아닙니다. eBAY, starHub 등 경매 사이트에서 다양한 '재 판매 입장권'을 볼 수 있지요. 시즌 티켓이 활성화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 시즌 경기 입장권을 몽땅 받아 놓고, 가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거나, 혹은 돈을 벌고 싶을 때 재 판매에 나서는 거지요.  

 

  몇 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 '입장권 재 판매 시장 Secondary Ticket Market'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즉 티켓을 다시 팔려는 사람들이, 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에 경매로 올려 놓게 만드는 것이죠. 구단은 경매에 부친 사람과 새로 사는 사람에게서 수수료를 떼구요. 지난해에는 아예 MLB 사무국에서 Tickets.com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직접 '암표 장사'에 나섰습니다. 구단별로 평균 4~5백만 달러 규모의 '잠재적 암표 시장'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보스턴처럼 팬들의 충성도가 높고, 입장권은 하늘에 별따기인 구단은 재 판매 시장에서 얻는 수익도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쓰자카 영입은 불붙은 암표 장사에 기름을 붓는 격이겠죠. 여기에 이치로의 예에서 보듯, 일본에서 날아온 대규모의 팬들까지 표 쟁탈전에 가세하게 될 겁니다. 모두 레드삭스 구단의 주머니를 채워주게 되겠지요. 

 

 

                                   4. PO 진출도 돈이다

 

  2006 시즌에 보스턴은 86승을 올렸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선 9승 정도가 모자랐지요.

 

  WARP라고, Baseball Prospectus에서 고안한 통계가 있습니다. 선수의 가치를 '승수'로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즉 특정 선수가, 평균적인 선수보다 '몇 승을 더 창출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아메리칸리그 투수들 중에선 요한 산타나가 2004년 10.7, 2005년 9.3의 WARP로 단연 독보적이었습니다. 즉 산타나는 평균적인 투수들보다 10승 정도를 창출했다는이야기가되겠습니다. 마쓰자카와 가장 자주 비교되는 로이 오스월트는 2004년 8.0, 2005년 9.2의 WARP를 기록했습니다.

   WARP의 관점에서 보면, 평균적인 투수 대신 마쓰자카가 투입될 경우, 그 팀은 8승에서 9승 정도를 더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지난 시즌 보스턴이 PO 진출을 위해 필요했던 추가 승수와 비슷하지요.

  (여기에다 마쓰자카가 대체할 투수들은 '평균 이하'의 투수들이었다는 점도 감안되어야 합니다. 지난 시즌 보스턴은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으로 제이슨 존슨, 카일 스나이더, 케이슨 가바드 등을 땜빵 투입하며 근근히 연명했었죠. 이들은 확실히 메이저리그 평균 기량에 한참 못 미치는 투수들입니다. 2006 시즌 WARP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마 이들의 WARP의 합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마쓰자카의 활약으로 보스턴이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한다면, 그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Hardballtimes.com에 실린 Vince Gennaro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인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경제적 가치'는 약 2천만 달러라고 합니다. 보스턴처럼 충성도와 구매력을 함께 갖춘 팬 베이스를 보유한 팀이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다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다고 봐야겠죠.  5천1백만 달러라는 황당한 액수가, 황당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황당한 가설이었습니다^^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blog